공통적 인기 음료서 착안…"장래에 중국에 도전될 것" 관측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밀크티로 하나 돼 독재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쟁취한다.'
최근 태국에서 한 달 동안 반정부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태국과 홍콩 그리고 대만의 '반(反)독재' 세력 간 연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밀크티'가 태국·대만·홍콩에서 공통으로 사랑받는 음료라는 점에서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이라고 부른다.
태국 방콕 도심의 민주주의 기념비에서는 반정부 집회 재개 뒤 약 한 달 만인 16일 저녁 약 2만명의 학생과 시민이 모여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의회 해산 및 새로운 총선 실시 ▲군부 제정 헌법 개정 ▲ 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라는 3가지 요구 사항을 재차 강조하고 태국 정부에 9월 내에 답변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비슷한 시각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중앙역 광장에서는 수 십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국 반정부 시위에 힘을 싣는 '연대 집회'가 열렸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성명에서 "이 집회는 아시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믿는 이들을 위한 연대와 지지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도 밝혔다.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이끈 주역인 조슈아 웡도 지난달 말 태국 반정부 집회와 관련해 SNS를 통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조슈아 웡은 "홍콩인들은 태국의 동지들이 우리 편에 서 준 것을 잊지 않겠다"라며 "태국과 홍콩인들 모두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밝은 미래를 위해 두려움 없이 싸우고 있는 만큼, 지금은 우리가 그들을 지지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은 현재 태국의 반정부 집회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이라는 지도자 없이 대학 학생회나 민주진영 단체들의 느슨한 연합 아래에서 개인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최근 수년간 홍콩에서 진행된 민주주의 시위를 참고했다고 분석했다.
'밀크티 동맹'은 올 초 탄생했다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4월 태국의 한 유명 배우가 SNS에서 홍콩과 대만 독립을 지지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물론 태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태국 네티즌들이 중국 측 공세에 반격하면서 'SNS 대전'이 벌어졌다.
로이터는 자국 정부가 너무나 독재적이고 중국과 너무 밀접하다는 생각을 가진 태국인들에게 이 사건이 대만과 홍콩에 대해 지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통신에 따르면 당시 '밀크티 동맹'이라고 적힌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태국 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것 중 하나였다.
이후로는 뜸했지만, 태국 내 반정부 집회 열기가 뜨거워지며 다시 늘어나 16일 반정부 집회 하루에만 해당 해시태그 게시물이 10만회 이상 공유되는 등 최근 8일간 거의 20만 차례가량 네티즌들이 퍼 날랐다고 통신은 전했다.
반정부 집회에서 '밀크티 동맹' 손팻말을 들고 있던 대학생 라타삿 쁠렌웡(24)은 "태국 상황은 중국이라는 독재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는 홍콩이나 대만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밀크티 동맹' 질문이 나오자 "홍콩과 대만의 독립을 원하는 이들은 종종 온라인에서 결탁하는 만큼,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평가 절하하고 "그들의 모의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밀크티 동맹이 현재는 중국에 우려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는 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명백한 도전의 신호라고 쭐라롱껀 대학의 와사나 웡수라왓 중국사 교수는 진단했다.
통신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이 있는 필리핀과 최근 중국과 심각한 국경 분쟁을 빚은 인도에서도 밀크티 동맹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베이에서 '태국 반정부 시위 연대 집회'를 주최한 악라왓 시리빠따나촉(27)은 통신에 "오늘 집회는 밀크티 동맹이 온라인을 벗어난 첫 번째 활동"이라면서 "우리는 단지 온라인에서만 이야기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범아시아 동맹을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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