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반대'…태국 고교까지 퍼진 '세 손가락' 경례·흰 리본
"교사가 구타하고 학교는 세 손가락 경례 금지"…경찰 출동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한 달 동안 반정부 집회가 이어진 가운데 일부 고등학교에서까지 독재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와 흰 리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18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전날 태국 각 지역에서 이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확산했다.
SNS에는 학생들이 오전 조회 시간 태국 국가가 올리는 도중 세 손가락을 올리는 동영상 등이 올라와 있다.
이 사진과 영상에는 '독재에 반대한다'는 해시태그(#)도 달려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민주 세력들이 사용하는 제스처다.
검지, 중지, 약지를 펼쳐 하늘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인데, 2012년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에 등장한 것을 빌려왔다.
2014년 태국 군부의 쿠데타 당시 이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표시로 사용되면서 태국 민주 진영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네티즌들은 세 손가락이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뜻한다고 풀이한다.
일부 고교생들은 이와 함께 반정부 집회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흰색 리본을 가방에 달았다고 온라인 매체 카오솟은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런 행동은 교사나 경찰들로부터 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사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학생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기도 하고 이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땅바닥에 내던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조회 도중 학생들에게 '세 손가락 경례'는 금지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콘깬주의 한 학교에서는 경찰이 학교로 와 하얀 리본을 압수해갔다고 한 학생이 SNS에서 주장했다.
올 2월 해산된 퓨처포워드당(FFP) 소속으로 콘깬주에서 출마했던 찻차완 아삐락만꽁은 경찰이 학교까지 들어가 학생들에게서 흰색 리본을 빼앗아가는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태국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반정부 집회가 재개됐다.
의회 해산 및 새 총선 실시·군부 제정 헌법 개정·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를 내건 반정부 집회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 계속되다가 이틀 전인 16일에는 방콕 도심 민주기념비 앞에서 약 2만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로 개최됐다.
일부 언론은 이는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반정부 집회라고 전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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