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UAE 평화협약에 나뉜 중동…사우디는 침묵
이란·터키 '종교적 배신' 규정…친사우디 진영은 지지
UAE "요르단강 서안 합병 막았다" 역할론 부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전격 합의한 평화협약(아브라함 협약)을 두고 중동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가장 적대적이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 지역 군주국과 경쟁 관계인 이란은 매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란 외무부는 14일 이스라엘과 손잡기로 한 UAE에 "무슬림의 등에 칼을 꽂았다"라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의 대(對)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앞장서 지원하는 이란으로서는 이슬람권의 금기였던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 UAE의 방향 전환을 '종교적 배신'으로 규정한 셈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5일 "UAE는 이스라엘이 중동에 교두보를 만들도록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거대한 실수다"라고 비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더 나아가 "UAE의 수치스러운 결정은 미국이 보증하는 사악한 행태다"라며 "UAE 정부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번 평화협약이 UAE에 그치지 않고 중동의 친미 진영이 이스라엘과 우호에 잇따라 동참해 '대이란 공동전선'이 형성되는 지정학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에 이런 중동의 친미진영과 이스라엘의 공동전선은 압박이 될 수 있다.
리비아에서 UAE·사우디 진영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이스라엘과도 최근 수년 사이 관계가 꼬인 터키 역시 평화협약에 강하게 반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 UAE와 외교 관계 단절까지 거론했다.
이런 강경 발언의 배경에는 사우디, 이란과 경쟁하면서 중동 이슬람권의 지도국이 되려는 터키의 정치·종교적 '야심'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우디와 3년 전 국교 단절 뒤 이란, 터키와 가깝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카타르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카타르 왕실 소유의 알자지라 방송은 이슬람권 국가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데 대해 전문가와 팔레스타인 측 관계자를 인용해 '배신'이라는 시각으로 보도했다.
반면에 이미 이스라엘과 국교가 수립된 요르단과 이집트는 이번 평화협약을 환영했다.
또 사우디 진영의 걸프 국가인 바레인, 중동의 '중립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오만이 평화협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냈다.
그러나 이슬람의 종주국이자 지도국의 위치인 사우디는 협약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난 15일까지도 중동 정세에 큰 변수가 될 이 평화협약에 대해 침묵했다.
1차 세계대전 뒤 영국과 프랑스의 이면 합의로 당시 팔레스타인의 땅에 건국한 이스라엘에 대해 이슬람권의 인식은 이교도의 종교적 침략이며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부인할 수 없는 대의다.
이번 평화협정으로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을 외면하고 이스라엘의 국체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비치면 이슬람권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이란, 터키와 비교해 자칫 이슬람 지도국으로서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UAE의 결정 이면에 사우디의 '사전 승인'이나 최소한 '묵인'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UAE의 안와르 가르가시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우리는 자주 주권국가다"라고 일축했다.
협약 당사국인 UAE는 이스라엘과 우호보다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막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가르가시 장관은 13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약은 팔레스타인의 땅을 합병하려는 시도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라며 "'2국가 해법'이 흐지부지될 위험을 막은 역사적인 타결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2국가 해법을 불가능하게 하겠다는 위협을 밀고 나간다면 전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을 것이다. 협약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정치적 '칩'을 썼다고 생각한다"라며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번 평화협약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주도하는 중동 내 친미 진영이 연대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가 2002년 제시한 2국가 해법의 대원칙인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이다.
이스라엘이 현재 점령지를 상당 부분 양보해야 하는 이 경계선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낮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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