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성분 칸나비디올, 뇌 기억 중추 혈류 개선"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대마 성분 중 하나이지만 환각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칸나비디올(CBD: cannabidiol)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로 들어가는 혈류를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칸나비디올이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기억 기능이 손상되는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정신건강연구소 중개 정신의학연구실의 마이클 블룸필드 교수 연구팀이 대마를 사용한 적이 없는 건강한 청년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경구용 칸나비디올 600mg 또는 위약(placebo)을 한 번씩 먹게 했다. 연구팀은 최소한 1주일 이상 간격을 두고 몇 번 이러한 실험을 진행했다.
진짜 칸나비디올과 위약은 똑같은 캡슐에 넣었기 때문에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혈중 산소량을 측정하는 동맥 스핀 표지(ASL: arterial spin labeling)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해마로 들어가는 혈류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칸나비디올을 먹었을 땐 해마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가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뇌 부위인 내측두엽(medial temporal lobe)의 다른 부위들에서는 이러한 혈류량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기획(planning)과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중에서 의사결정에 따른 인지 처리(cognitive processing)에 관여하는 부위인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에서도 혈류량이 크게 늘어났다.
칸나비디올이 기억을 처리하는 핵심 부위, 특히 해마의 혈류량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이는 칸나비디올이 뇌 특정 부위의 혈류를 개선하는 특이한 작용을 한다는 일부 과학자들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대마초는 크게 의료용 대마초와 기호용(recreational) 대마초로 나뉜다.
마약으로 규정된 대마초는 기호용 대마초다. 기호용 대마초는 주성분이 향정신성 화학작용, 즉 환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tetrahydrocannabinol)이고 의료용 대마초의 주성분은 이러한 환각작용이 없는 칸나비디올이다. 같은 대마초라도 기호용과 의료용 대마초에 사용되는 성분은 다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정신 약리학회(British Association for Psychopharmacology) 학술지 '정신약리학 저널'(Journal of Psychopharmac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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