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 로고에서 '중국'이 사라진 까닭은
중국 누리꾼 "대만에 美 대사관 생기는 것 아니냐" 들끓어
미 대사관 "전 세계 대사관 브랜드 변경 일환일 뿐" 해명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의 휘장에서 '중국'이라는 글자가 사라져 중국 누리꾼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미 대사관이 이에 해명하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최근 주중 미국 대사관이 웨이신(微信·위챗), 트위터 등의 공식 계정에서 사용하는 대사관 로고 디자인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 미 대사관 로고는 갈색 흰머리수리가 왼발에 화살, 오른발에는 올리브 가지를 쥐고 있는 미국 국가 휘장에 테두리를 두르고, 위쪽에는 '미국 주화(駐華) 대사관', 아래쪽에는 '베이징 중국'(北京 中國)이라는 글자를 적어 놓았다.
그런데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베이징 중국'에서 중국이 빠지고 '베이징'(北京)이라는 글자만 남은 것이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미국 대사관의 로고가 바뀐 지난 10일이 중국에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후 대만 정부와의 고위급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대중국 강경 정책을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달라진 기조를 보였다.
급기야 지난 10일 미국의 대만 단교 후 최고위급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 중국이 극도로 싫어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전했다.
이처럼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날에 주중 미국 대사관의 로고에서 '중국'이라는 글자가 빠진 것이 심상치 않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베이징은 중국이 아니란 뜻인가. 아니면 다음 미국 주중 대사관이 대만 타이베이에 생긴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베이징이 중국의 수도라는 의미를 희석하고 대만을 인정하기 위해 일부러 '베이징 중국'이라는 글자에서 '중국'을 뺐다는 얘기이다.
더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이 중국의 현 공산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잇달아서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를 꾀한 것은 "중국에 한 방 먹이는 조치"라고 중국 누리꾼들은 분개했다.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주중 미국 대사관도 진화에 나섰다.
주중 미국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 계정 등에 올린 글에서 "많은 사람이 미국 주중 대사관의 새로운 로고에 관심을 가져 기쁘다"며 "이번 변경은 미국 국무원의 전 세계 대사관 브랜드 변경 계획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미 대사관은 국가 명칭을 뺀 미얀마, 짐바브웨 대사관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한 미국 대사관의 트위터 계정에 있는 로고가 아직 'SEOUL KOREA'로 남아 있는 등 아직 미 대사관 로고가 바뀌지 않는 나라도 많아 중국 누리꾼들의 비판이 괜한 트집 잡기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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