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4억3천만년 전 삼엽충 눈구조, 현대 곤충·갑각류와 거의 동일"
독일·영국 연구팀 "현대 곤충·갑각류의 겹눈 구조, 5억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4억2천900만년 전 고생대에 살던 삼엽충의 눈 내부 구조가 현재의 벌 등 곤충이나 갑각류의 겹눈과 거의 같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대 곤충과 갑각류의 시각 원리가 적어도 5억년 전에 만들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독일 쾰른대학 브리지트 쇠네만 박사와 영국 에딘버러대학 유안 클락슨 박사팀은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1846년 체코 로데니체에서 보존이 매우 잘 된 상태에서 발견된 삼엽충(Aulacopleura coninckii) 화석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실루리아기에 살던 해양 절지동물인 이 삼엽충의 화석은 높이가 1~2㎜ 정도, 길이는 1㎝ 내외이며, 머리 뒤쪽으로 반구 형태의 눈 두 개가 돌출돼 있다. 두 눈 중 하나는 부서진 상태다.
연구팀은 이 눈의 내부 구조를 디지털 현미경 기법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 현대의 많은 곤충과 갑각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겹눈(compound eye)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삼엽충 겹눈에는 봉상체(rhabdom)라고 하는 투명한 관 주위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뭉쳐있는 시각 단위조직인 직경 35㎛ 정도의 낱눈들(ommatidia)이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색소 세포로 만들어진 어두운 고리들이 개별 시각 단위조직들을 둘러싸고 있어 이들이 시각 단위조직 사이에서 장벽 역할을 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렌즈 직경이 작을수록 밝은 조건에서 빛을 감지하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에 삼엽충의 시각 단위조직 크기가 이렇게 작은 것은 이들이 밝고 얕은 물 속에서 살면서 낮에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시각 단위조직 사이에 색소 세포로 이루어진 장벽이 있다는 것은 각각의 시각 단위 조직들이 전체 이미지 중 일부분만 감지하고, 이 정보가 모여 전체 모습을 구성하는 모자이크 시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대 곤충이나 갑각류의 겹눈과도 비슷한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현대 곤충과 갑각류의 겹눈 구조와 기능이 고생대(5억4천200만~2억5천100만년 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이 연구가 더 많은 화석 증거들을 연구해 시력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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