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네덜란드 연구팀 "중력렌즈 효과 이용, 120억 광년 밖 은하 정밀 관측 성공"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독일과 네덜란드 공동연구팀이 12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우리은하와 놀랄 만큼 비슷한 형태의 초기 우주 은하를 발견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캅테인천문연구소 연구팀은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를 이용해 나이가 14억살밖에 안 된 우리은하와 닮은 은하(SPT0418-47)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빅뱅(Big Bang)으로 우주가 태어난 후 14억년밖에 안 된 초기 우주에 이미 현재의 우리은하나 다른 나선은하들과 유사한 대형 우주 구조체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주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연구로 평가된다.
은하의 형성과 발달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SPT0418-47처럼 먼 은하를 연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빛이 날아오는 데 120억년이 걸릴 만큼 멀리 있는 은하를 관측하면 우주의 나이가 지금의 10분의 1밖에 안 된 시점의 어린 은하들이 발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은하들은 너무 멀어 작고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에 현재 인류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자세히 관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관측하고자 하는 천체 부근에 있는 은하의 중력이 돋보기 역할을 하는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ALMA로 SPT0418-47 은하를 세밀하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중력렌즈는 은하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더 멀리 있는 은하나 별에서 오는 빛이 왜곡되고 휘어지면서 확대돼 보이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ALMA를 이용해 중력렌즈 현상을 거쳐 관측된 SPT0418-47 은하의 관측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링 기술로 분석, 중력렌즈 통과 이전의 진짜 은하 형태와 이 은하에서의 가스 흐름을 재구성했다.
재구성된 SPT0418-47 은하는 거의 완벽한 원형 고리처럼 관측됐다. 연구팀 분석 결과 SPT0418-47 은하에는 나선 팔(spiral arm)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은하 같은 나선은하의 특징인 회전 원반(rotating disc)과 은하 중심부에 별이 밀집해 불룩하게 보이는 팽대부(bulge)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측 결과는 지금까지 알려진 초기 우주 모습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초기 우주에는 어린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주 혼란스럽고 우리은하처럼 정돈된 구조나 특징을 가진 은하는 없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연구팀은 초기 우주에서 중심부에 별들이 밀집한 팽대부 구조가 있는 은하를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초기 우주에도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발달한 천체들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은하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점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 프란체스카 리조 연구원(박사과정)은 "이 결과는 우리은하와 주변 나선은하에서 볼 수 있는 천체 구조가 120억년 전에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은하 형성 연구에 새 돌파구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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