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작년 가계 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 역대 최저"
"재산소득과 가계 영업잉여 위축된 탓…기업소득도 4년 전 수준으로 줄어"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역대 가장 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한국은행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이용해 가계·기업·정부 순처분가능소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순처분가능소득은 세금 등을 공제하고 사회보장금 등 이전소득을 보탠 '가처분소득'의 개념이다.
작년 가계 순처분가능소득은 재작년보다 1.9% 늘어나며 1975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 증가율이었다. 외환위기(2.8%)나 세계 금융위기(3.5%) 때보다도 낮았다.
순처분가능소득 상승률 통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에서는 26위로 하위권이었다. 한국보다 상승률이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1.1%), 일본(1.5%)뿐이었다.
작년 가계 순처분가능소득의 항목별 증감률을 보면 근로자 급여 등의 피용자보수가 3.5% 늘었지만 재산소득이 7.2%, 영업이익이 2.2% 감소했다.
특히 재산소득은 가계부채 증가로 순이자소득 마이너스폭이 2018년 4조5천억원에서 작년 8조8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기업활동이 위축되며 배당소득이 7.7% 줄었던 점도 재산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가계 영업잉여는 자영업자 영업잉여가 감소하며 2.2% 줄었다.
소득세 등 사회부담금이 포함된 '순경상이전'은 2018년 126조8천억원에서 작년 128조2천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며 납부하는 돈이 더 늘었다.
한경연은 또 가계가 '저축의 주체'로 인식돼 왔지만 순이자소득이 2017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된 후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업의 순처분가능소득은 2017년 193조1천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해 작년 158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한경연은 기업소득의 감소는 영업잉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잉여는 2018년 1.2%, 2019년 8.3% 감소하며 2015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 영업잉여는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1.1%, 5.3% 늘며 플러스 성장을 보였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0.3% 늘었다.
작년 정부의 순처분가능소득은 재작년보다 0.2% 감소한 404조6천억원이었다. 기업·가계소득 증가세가 둔화하며 기업과 가계의 소득과 부에 대한 경상세 수입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0년부터 10년간 순처분가능소득의 연평균 상승률은 경제 주체들 중에서 정부가 5.5%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는 4.2%, 기업은 0.8%이었다.
한경연은 경상세와 사회부담금이 2010년 172조8천억원에서 작년 347조8천억원으로 늘며 10년간 연평균 8.1%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과 자영업자 등 생산 주체들의 활력 위축은 결국 가계소득을 구성하는 피용자보수, 영업잉여, 재산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가계소득을 늘리려면 기업과 자영업자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