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선서 장기집권 루카셴코 79% 넘는 득표율로 압승"(종합2보)
출구조사 결과…여성 야권 후보 티하놉스카야 6.8% 득표에 그쳐
야권 후보 "다수는 우리편" 선거 결과 불복…야권 지지자들 항의 시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9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6기 집권에 도전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65)이 79.7%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출구 조사 결과 나타났다.
26년 동안 집권 중인 루카셴코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는 6.8%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출마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대규모 득표에는 실패했다.
이번 대선에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티하놉스카야를 포함해 모두 5명이 출마했다.
다른 3명의 후보는 0.9~2.3%의 저조한 득표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후보에 반대'란에 기표한 유권자도 9.2%나 나왔다.
출구 조사는 옛 소련권 TV 채널 '미르'의 의뢰로 벨라루스 '사회연구청년실험실'이 320개 투표소에서 1만2천34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했다.
투표율은 79%를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벨라루스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은 등록 유권자의 50% 이상이 투표하면 유효하고,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당선된다.
이날 투표는 전국의 5천700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됐다.
수도 민스크의 일부 투표소에서는 줄이 길어 미처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이 나옴에 따라 저녁 8시 이후에도 투표를 계속했다.
투표가 종료된 투표소에선 곧바로 개표 작업이 진행됐다.
초반 개표 결과에서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80%가 넘는 득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이에 따라 6연임에 도전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내외의 압승을 거두면서 5년 임기의 집권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루카셴코는 지난 2015년 대선에서도 83%의 득표율로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지난 1994년부터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성장, 국민 복지 향상, 법치 강화, 국가 주권 수호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티하놉스카야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야권은 루카셴코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심각한 경제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처 등을 비판하며 대대적 개혁을 약속했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은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행정력을 동원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유력한 야권 후보들의 후보 등록을 좌절시키는 한편,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하는 등의 불법·편법 선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동안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저녁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 눈을 믿는다. 다수는 우리 편에 있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일부 도시들에선 루카셴코 대통령 압승 결과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민스크 시내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대선 결과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으며 진압에 나선 폭동진압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불꽃 놀이기구를 경찰을 향해 던졌고 경찰은 이에 맞서 섬광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타스 통신도 민스크 시내에서 경찰이 일부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려 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경찰을 공격하면서 양측 간에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민스크 외에 북동부 도시 비텝스크, 남서부 도시 브레스트, 서부 도시 그로드노 등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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