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번엔 "아직 질문 있다" 기자들 고함 속 회견장 떠나
나가사키 피폭 위령행사 참석 후 '18분' 회견…질문 2개 받아
코로나 확산 상황 등 현안 관련 기존 입장 되풀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자회견을 기피한다는 지적을 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또다시 일방적으로 '짧은'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이날 나가사키(長崎)시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위령 행사에 참석한 뒤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일 또 다른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에서 기자회견을 한 지 사흘 만에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이번도 무늬만 기자회견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약 10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 현안에 관한 본인 의견을 밝힌 뒤 취재진 질문을 딱 2개 받았다.
총리실 측과 기자단 간에 동행 취재기자 1명, 나가사키 지역기자 1명 등 2명의 질문을 받기로 했는데, 그대로 질문 2개만 받고 약 18분 만에 회견을 마쳤다.
회견장에는 "아직 질문이 있다"는 기자들의 고함이 이어졌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자리를 떴다.
아베 총리는 사흘 전의 히로시마 회견 때보다 2분가량 길게 진행한 이날 회견에서도 사실상 알맹이가 없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긴급사태 선포 가능성에 대해선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충격을 웃도는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가능한 한 재선포를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경제 활동과 감염 확산 억제를 양립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또 여행경비 보조 정책인 '고 투(Go To) 트래블'과 관련, 관광사업자와 여행객들이 감염 방지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위드 코로나(코로나19와 함께하는)' 시대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이 정책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에도 계속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친 것이다.
내주 일본 '오봉' 명절 기간의 귀성 문제에 대해선 "일률적 자숙을 요청하지 않겠다"면서 기본적인 감염 예방 대책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그간 언급했던 입장을 반복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 참여에 대해 "현실의 안보 위협에 맞게 대처하면서 현실적인 핵 군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 조약의 취지가 "일본 정부의 생각이나 '어프로치'(접근법)와는 다르다"고 말해 기존의 불참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6일의 히로시마 회견에 이어 이날 회견도 질문을 2개로 제한하고 더 물을 게 있다는 기자들의 항의 속에 종료돼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기피 성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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