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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정권퇴진 시위 유혈사태…총리, 조기총선 제안(종합2보)
경찰-시위대 충돌로 1명 숨지고 170여명 부상…정부 4개부처 피습
폭발참사 사망자 최소 158명·부상자 6천여명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70여명이 다쳤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광장 등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시위 참가자가 약 5천명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정하고 폭발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는 정부를 겨냥해 '물러가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일부는 의회 건물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 및 고무탄을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데일리스타는 보안 소식통들을 인용해 경찰 1명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한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적십자는 시위대 및 경찰 172명이 충돌 과정에서 다쳤고 이들 중 5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외무부, 에너지부, 경제부, 환경부 등 4개 부처 건물을 급습했다.
폭발 참사를 둘러싼 정부의 무능과 정치인들의 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거칠게 표출된 것이다.
앞서 이틀 전인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도 수백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는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레바논 당국은 항구 창고에 6년 동안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까지 벌어진 가운데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월요일(10일)에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는 2018년 5월 총선이 9년 만에 실시됐으며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그 동맹이 전체 128석 중 과반 의석을 차지해 승리했다.
총선이 다시 실시될 경우 경제 위기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헤즈볼라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올해 1월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아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앞서 이날 레바논의 기독교계 정당 카타이브당 소속 의원 3명이 폭발 참사와 관련해 8일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카타이브당 사무총장 나자브 나자리안은 베이루트 폭발로 숨졌다.
현재까지 폭발 참사와 관련해 사퇴를 발표한 의원은 무소속을 포함해 모두 5명으로 늘었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레바논 언론은 보건부를 인용해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58명이고 부상자가 6천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보건부의 한 관리에 따르면 60여명이 실종 상태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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