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총영사-야당정치인 만남은 '결탁'?…홍콩보안법 우려 현실화
친중 성향 매체, 양측 만남 보도후 미 영사관과 홍콩정부 신경전
"공포 분위기 조성" vs "정당한 자유 행사에는 영향 없어"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주재 미국 총영사관과 홍콩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따른 언론·표현·집회의 자유 침해를 둘러싸고 비판 성명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방의 배경에는 홍콩주재 미국 총영사인 한스컴 스미스가 최근 홍콩 야당 정치인들을 만난 뒤 홍콩보안법상 '결탁'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미국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영사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홍콩보안법이 규정이 불명확하고 적용 가능성이 광범위하다며 가혹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영사관은 특히 "외교관들의 업무는 주재국을 이해하고 주재국이 미국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중이나 야권 인사 등) 가능한 광범위한 사람들과 만난다"면서 "미국 영사와 만날 경우 '결탁'이라는 건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영사관과 홍콩인들의 접촉은 비밀스럽거나 신비한 게 아닌 일상적 업무라는 것이다.
영사관은 "이러한 혐의는 홍콩보안법이 안보에 관한 게 아니며, 민주주의 지지자를 침묵시키고 매우 일상적 형태의 자유발언을 하는 사람도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콩보안법은 공포와 자기검열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홍콩정부가 (개방성과 다양성 등) 홍콩의 이상에 충실하고, 관용의 정신과 허심탄회한 교류 등을 증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홍콩정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강력한 불만과 반대를 표한다"고 맞대응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홍콩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은 국가안보·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갖고 있다"면서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부당한 비판은 이중잣대이자,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홍콩보안법은 정부 정책 비판 등 홍콩인들의 정당한 언론자유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보·학술 자유나 정책연구, 일반적 상업활동 등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콩보안법상 규제하는 것은 외세가 홍콩을 이용해 분열·전복·침투·파괴 활동을 벌이는 경우로, 정상적인 교류 활동과 명확히 구분된다"고 반박했다.
홍콩정부는 "보통 시민을 법망에 잘못 빠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진짜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해하려는 범죄에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번 공방은 스미스 총영사가 최근 홍콩 야당 정치인인 앨런 렁과 앨빈 융을 만났다는 일부 친중 성향 매체의 보도 이후 이뤄졌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 게시물에서 이 만남을 언급하며, 이들 홍콩 정치인을 '반정부 활동가'로 부르는 한편 스미스 총영사에게는 '외세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친중 성향 매체 문회보 등은 "야당 정치인이 외세와 결탁하고 국가보안법을 무시한 증거"라고 보도했고, 렁춘잉 전 행정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스미스 총영사가 혼자 이들을 만난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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