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위챗 공습'에 텐센트 시총 한때 80조원 증발
미국서 안 쓰는 위챗 금지보다 '캐시카우' 게임 영향 촉각
주가 장중 10% 이상 폭락…'기술냉전' 급부상에 中기술주 줄줄이 급락 사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기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 이어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위챗(웨이신<微信>)을 압박 대상으로 고르자 위챗 운영사인 중국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80조원 이상 허공에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더불어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를 상대로 45일 이후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7일 홍콩 증시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 주가는 장중 10% 넘게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이 무려 80조원 이상 감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폭락 전까지 텐센트의 시총은 6천860억 달러(약 813조원)로 세계 8위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거래 금지'의 개념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향후 텐센트가 화웨이, 바이트댄스에 이어 미국의 새 타깃이 돼 각종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히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국민 메신저 격인 '위챗'을 거론하면서 텐센트를 행정명령 대상에 올렸다.
중국의 메신저 시장은 사실상 위챗이 독점하다시피 한다. 위챗 이용자는 지난 1월 기준 11억5천만명에 달했다.
게다가 위챗에는 전자 결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건강 코드 등 여러 생활 필수 서비스가 결합해 있어 중국에서 스마트폰에 위챗을 설치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신저인 위챗은 해외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고 사실상 중국 국내용의 성격이 강해 설사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되더라도 텐센트에 주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그렇지만 텐센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외에도 게임, 클라우드 등 다른 다양한 분야의 사업들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거래 금지'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텐센트의 핵심 '캐시카우'인 게임 분야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한 중국의 게임 시장을 장악 중인 텐센트는 작년 매출 기준 세계 1위 게임 퍼블리셔다. 텐센트의 전체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SNS 분야에서는 중국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게임 분야에서 텐센트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텐센트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를 만든 미국 회사 에픽 게임즈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또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유통사인 라이엇 게임즈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和平精英)도 한국의 펍지주식회사와 비공식 계약을 맺고 배틀그라운드를 수정해 들여간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처럼 텐센트는 외국 게임을 가져다가 자국에서 서비스하기도 하고, 거꾸로 자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해외 시장에서 유통도 하고 있어 해외 사업이 위축될 경우 일정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냉전'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이날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서 텐센트 외에도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 SMIC를 비롯한 여러 중국 기술주들의 급락 사태가 이어졌다.
미중 갈등 부각 속에서 중국 증시 주요 지수도 전반적으로 급락했다.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 현재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6%, 1.7%대 하락 중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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