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러시아 용병 30여명 체포…"대선 전 테러모의 혐의"
러시아와 갈등 루카셴코 6선 저지 시도?…수단·리비아 파견설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 이웃한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러시아 민간용병업체 소속 전투원 30여명이 체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벨라루스 국영통신사 벨타는 29일(현지시간) 자국 보안기관 요원들이 이날 새벽 수도 민스크 외곽과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 민간용병업체 '바그네르'(와그너) 소속 요원 33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32명은 민스크 외곽의 휴양소에서 다른 1명은 남부 지역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사법당국이 대선 운동 기간에 정세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약 200명의 외국 전투원들이 벨라루스로 입국한다는 정보를 사전 입수하고 작전을 벌여 이들을 체포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전투원들은 지난 25일 민스크로 와 한 호텔에 머물다, 27일 민스크 수도 외곽의 휴양소로 이동해 투숙했다.
휴양소 관계자는 "군복 차림의 전투원들이 외출을 삼가고 술도 마시지 않으면서 외부의 시선을 끌지 않으려 노력했다"면서 "몇 명씩 무리를 지어 휴양소 주변 지역을 살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러시아 용병들이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벨라루스 대선을 앞두고 유격 활동을 통해 사회 정세를 교란할 목적으로 입국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국가안보위원회는 체포된 러시아인들을 테러 모의 혐의로 입건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하고 '비상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5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다음 달 대선에 다시 입후보한 상태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력한 경쟁 후보가 없어 지난 1994년부터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그가 6기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권위주의적인 루카셴코 대통령을 껄끄러운 협상 상대로 여기고 있다.
근년 들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석유·가스 공급가,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국가' 창설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용병들이 정국이 혼란하거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 수단이나 리비아 등으로 이동하기 위해 벨라루스를 경유지로 이용하려다 체포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체포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서 이들이 수단 통화인 파운드 지폐를 갖고 있었고, 수단 도시 카살라의 이슬람 사원이 그려진 전화카드도 휴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음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분쟁 지역에 바그네르 소속 용병들을 파견해 자국에 이익이 되는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지속해서 나왔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