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극렬 왕당파 인사 "반정부 시위자 채용 반대 운동"
"시위대 잠입해 사진 찍어라" 지침도…"용납 안 되는 행동" 비판 나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반정부 집회가 이어지는 태국에서 한 극렬 왕당파 인사가 반정부 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채용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30일 온라인 매체 네이션과 카오솟 등에 따르면 극렬 왕당파이자 몽꿋와타나 병원장인 리엔통 나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반정부 집회에 참석하는 이들을 채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들과 단체가 자신의 계획에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당파 단체를 설립해 국왕 일가를 모욕했다고 판단한 이들의 신상털기 활동도 벌이고 있는 리엔통 병원장은 이 운동은 젊은 반정부 시위대의 미래를 끝장내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칭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그는 "자원자들은 은밀히 시위대에 잠입해 반정부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라. 신원을 추적할 수 있도록 상세한 얼굴 모양이 담기도록 하라. 그리고 그 사진들을 내 페북 수신함이나 이메일로 보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사진들은 정부 기관을 비롯해 대학 그리고 기업들로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의 얼굴을 찍어 올렸다가 처벌을 당한 이들이 있다면 자신에게 연락하면 변호사를 보내 법률적 도움을 주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태국 헌법에서 금지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쭐라롱껀 대학 정치학자인 체사다 덴두엉보리빤은 리엔통에게 '반정부 집회 참석자 채용 금지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는 기업이나 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야 참석자들이 엉뚱한 곳에 지원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거라며 비꼬았다.
전직 국가개혁위원이자 청소년 직업교육센터장인 띠차 나 나꼰도 리엔통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이는 그의 노동관에 의문을 던진다고 비판했다고 네이션은 전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18일 방콕 도심에서 코로나19 비상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태국학생연합이 주도한 당시 집회에는 2천여명이 참가, 반정부 인사 탄압 중단과 의회 해산 그리고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군중 집회를 금지한 비상사태 속에서 반정부 집회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 와중에서 비상사태 이후 억눌렸던 비판적 민심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정부 집회는 이후 대규모는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왕당파 인사들은 대학생이 중심이 돼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왕실에 대한 교묘한 비판 발언이 나온다면서 이는 군주제에 반하는 것이라며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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