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에 트럼프 장벽 무너졌다?…미 온라인 달군 가짜뉴스
한 달 전 찍은 동영상이 허리케인 피해 상황으로 둔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세운 국경 장벽이 허리케인 강풍에 쓰러졌다는 가짜 뉴스로 미국의 온라인 공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텍사스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허리케인 '해나'(Hanna)가 텍사스주를 강타한 지난 26일 트위터에는 텍사스 현지에 설치된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이 강풍에 무너졌다는 가짜 뉴스가 급속히 확산했다.
이번 소동은 멕시코의 한 기자가 올린 트윗에서 시작됐다.
멕시코 현지 인터넷 매체 소속의 야디스 발데스 기자는 전날 "허리케인 해나가 국경 장벽의 일부를 무너뜨렸다. 자연의 분노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39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국경장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이 강풍에 힘없이 무너지고, 건설 현장 인부들이 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이 동영상은 반(反)트럼프 성향의 네티즌들이 적극적으로 퍼다 나르며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고 조롱했고, 일부는 국경 장벽 붕괴가 재선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과도 같다고 꼬집었다.
멕시코의 다른 매체는 이 동영상이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의 접경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곧바로 가짜 뉴스 논란에 휩싸였다.
워싱턴포스트(WP) 닉 미로프 기자는 트위터에 팩트체크 성격의 글을 올려 허리케인은 심야 시간에 텍사스주를 통과했는데 해당 영상은 낮에 촬영됐다며 국경장벽 붕괴 동영상은 허리케인 해나에 따른 피해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도 성명을 내고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은 지난 6월 뉴멕시코주 데밍 인근의 국경장벽 건설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강풍으로 인해 장벽용 가림막 여러 개가 무너졌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 지적이 나오자 국경장벽 붕괴 소식을 처음으로 전했던 멕시코 기자는 트위터에서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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