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방송서 자국 비판한 방글라 노동자 체포·추방 논란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인터뷰 관련 체포…인권단체 우려 목소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말레이시아 정부가 TV 방송에서 자국을 비판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체포해 추방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은 전날 성명을 통해 모하마드 라이한 카비르(25)라는 방글라데시 출신 밀입국 노동자가 강제 추방될 예정이며 그에 대해 영구 입국 금지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카비르는 지난 24일 말레이 정보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카비르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에서 밀입국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 부정확하고 편향된 주장을 했다는 게 체포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말레이 이민 당국은 카비르에 대한 추방 이유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지난 3일 '말레이시아의 봉쇄에 갇혔다'(Locked Up in Malaysia's Lockdown)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와 구치소 내 집단감염 사태 등을 다뤘다.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은 봉쇄 기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이유로 수도권에서 2천명 이상의 불법체류 노동자를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비르는 다큐멘터리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의 이런 태도를 비판했다.
카비르는 방글라데시 매체인 데일리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며 "나는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당국은 알자지라 관계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이 나간 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국방부 장관은 "알자지라는 우리가 인종차별주의자인 양 잘못된 사실을 보도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인권단체들은 특히 지난 3월 무히딘 야신 총리가 집권한 후 언론 자유와 인권 침해 문제가 더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26일까지 8천88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10∼20명대를 오가는 등 최근 확산세는 주춤한 상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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