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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자 약물로 숨지게 한 일본 의사 체포…안락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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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자 약물로 숨지게 한 일본 의사 체포…안락사 논쟁
누리꾼 "환자 뜻 들어줘야"…"살 권리 보장하는 사회 만들어야" 반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의사가 난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사건이 안락사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교토부(京都府) 경찰본부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사망하게 한 혐의(촉탁살인)로 오쿠보 요시카즈(大久保愉一) 씨와 야마모토 나오키(山本直樹) 씨 등 의사 2명을 전날 체포했다.
이들은 ALS로 사실상 전신 마비 상태인 하야시 유리(林優里·당시 만 51세) 씨의 부탁을 받고 작년 11월 30일 교토시의 한 아파트에서 하야시 씨의 몸에 약물을 주입해 목숨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 결과 고인의 몸속에서 주치의가 처방하지 않은 약물이 대량 검출됐으며 사인은 약물 중독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했다. 고인이 트위터나 블로그에 '안락사'를 원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으며, 오쿠보 씨에게 150만엔(약 1천700만원)가량을 입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오쿠보 씨는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해 눈의 움직임으로 조작할 수 있는 PC를 사용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하야시 씨와 연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블로그에는 "비참하다.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등의 글이 남아 있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작년 6월에 '거울 속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남긴 글에는 "타액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종이와 지속해서 빨아들이는 카테터(고무 또는 금속관)까지 더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간병인에 의해 움직여지는 손발"이라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또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왜 안락사 논의는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좁혀 얘기되는지 항상 불만을 느끼고 있다"며 "해외에서 안락사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일본이 안락사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한 채 인생을 끝내고 싶은 것이 환자의 의사표시였을지 모른다", "본인이 죽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으면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하야시에게 공감을 표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환자의 뜻을 합법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안락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의견에 즉시 반론도 제기됐다.
ALS로 인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후나고 야스히코(船後靖彦) 참의원 의원은 "인터넷 등에 '나라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에 강한 우려를 느낀다. 난치병 환자들이 '살고 싶다'고 말하기 어렵게 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자신도 죽고 싶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으나 환자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는 과정을 거쳐 생각을 바꾸게 됐다며 "'죽을 권리'보다 '살아갈 권리'를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의사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사망 시기를 극약 등을 써서 앞당기는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가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안락사를 인정할지 여부가 일본에서 처음 쟁점이 된 이른바 도카이(東海)대학병원 사건을 심리한 요코하마(橫浜)지방재판소는 1995년에 안락사를 인정하는 예외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 견딜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이 있을 것 ▲ 사망 시점이 임박했을 것 ▲ 고통을 제거할 방법을 다 써서 다른 수단이 없을 것 ▲ 환자 본인의 의사가 명백할 것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말기 암 환자가 인공호흡기나 위(胃)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을 원하지 않는 경우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로 규정해 별도로 취급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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