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두손 들었는데…여전히 마스크 안 쓰는 멕시코 대통령
줄곧 마스크 없이 일정 소화…미국행 여객기서 유일하게 착용
"경제 활성화에 마스크 중요" 발언한 재무장관은 "비유였다" 해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전 세계 1, 2위인 미국과 브라질 정상은 마스크 착용을 외면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태세를 전환해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고 나섰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결국 코로나19에 걸려 '본의 아니게' 마스크 쓴 모습을 전보다 더 자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고집스럽게 마스크를 외면하는 정상이 있는데 바로 코로나19 사망자 수 전 세계 4위인 멕시코의 안드레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을 역시 마스크 없이 진행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멕시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부터 줄곧 마스크 없이 기자회견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6월 초부터는 지방 방문도 재개했지만 역시 마스크는 쓰지 않은 채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스크 쓴 모습이 포착된 것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으로 가는 델타항공 여객기 안에서였다.
델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항공사는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마스크가 화제에 올랐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아르투로 에레라 재무장관이 전날 경영계와의 화상 회의에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온 것이다.
당시 에레라 장관은 "마스크 사용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경제를 재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아니다. 매우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마스크가 경제 재활성화를 위한 옵션이라면 나도 당장 쓰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며 "난 의사와 과학자들의 권고를 따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엔 마침 에레라 장관도 연금 개혁안 설명을 위해 배석한 상태였다.
관련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동안 뒤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에레라 장관은 대통령 발언이 끝난 후 양해를 구하고 마이크를 잡아 "경제 재활성화를 위해선 주의 깊은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비유"였다고 해명했다. 그도 마스크는 쓰지 않은 채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나라들에 코로나19 사망자가 많다고 보도한 한 언론에 대해서도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록 연방정부 차원에선 마스크 사용을 강력히 권고하지 않고 있지만 멕시코 지방정부 중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거나 강제하는 곳이 많다.
대통령과 같은 좌파 정당 국가재건운동(MORENA) 소속의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본인도 마스크를 쓴 채 브리핑을 한다.
멕시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는 우고 로페스가텔 보건차관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놓고 다소 일관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데 최근 들어 마스크 착용을 옹호하는 쪽으로 점점 어조가 바뀌고 있다.
멕시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5만6천여 명, 사망자는 4만 명이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