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친중파, 코로나 확산 들어 9월 선거 연기론 제기
'과반 목표' 민주파 "선거 패배 막으려는 술책" 강력 반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친중파 진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오는 9월 입법회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자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친중파 정치인이자 홍콩인으로는 유일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멤버인 탄야오쭝(譚耀宗)은 홍콩 정부에 입법회 선거 연기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탄야오쭝은 "선거가 50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선거로 인해 코로나19가 대거 확산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입법회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홍콩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으며, 이날 70여 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 수가 2천 명을 넘어섰다.
이날 2명의 사망자도 발생해 홍콩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친중파 의원 프리슬라 렁도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본토에 있는 많은 홍콩인이 홍콩으로 돌아와 투표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입법회 선거를 강행한다는 것은 이들의 투표권을 뺏는 것"이라며 선거 연기를 주장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는 오는 9월 6일 치러질 예정지며, 선거 후보 등록은 이달 말까지 이뤄진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입법회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홍콩 민주파 진영의 선거 승리를 우려하는 중국 중앙정부가 선거 연기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홍콩 민주파 진영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9월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조슈아 웡(黃之鋒)은 "선거 패배를 두려워하는 친중파 진영은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선거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야당 의원 에디 추도 "중국 공산당은 홍콩인들의 목소리가 입법회 내에서 들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를 위해 그들은 선거를 연기하거나, 민주파 진영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민주파 진영은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지난 11∼12일 예비선거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1만여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하자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홍콩 민주파 진영은 이 기세를 몰아 9월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친중파 진영은 이달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외국 정부의 중국 제재를 주장한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홍콩 민주파 진영이 긴장하고 있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홍콩 선관위가 후보의 사상 등을 문제 삼아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2016년 이후 10여 건에 달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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