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우주감시망 활용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 검토
이지스 어쇼어 대안 모색…지상 탐지·해상 발사 구상도 나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일본 유권자 55% 반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취소한 일본이 대체 방어 수단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군이 계획 중인 우주감시망 '극초음속 탄도추적우주센서(HBTSS)를 활용한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HBTSS는 고도 수백∼2천㎞의 우주 궤도에 약 200개가 넘는 소형 위성 무리를 쏘아 올려 적 미사일을 발사 단계에서부터 추적하는 기술이다.
각 위성에 있는 센서로 미사일을 추적하고 육상이나 해상의 미사일 발사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요격하는 구상이다.
현재 일본이 의존하는 레이더 시스템은 높게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음속의 약 5배 이상 속도로 낮게 비행하는 중국의 극초음속 활공무기나 북한의 신형 미사일을 추적하기는 어렵다.
HBTSS는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셈이라서 이들 미사일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미군은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에 HBTSS를 위한 초기 위성군을 조성할 계획이며 2024년도에 HBTSS 초기 운용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료는 "북한이 작년에 저공에서 변칙적인 궤도를 날아가는 신형 미사일을 개발한 것을 고려해 미국 정부와 이 구상에 관해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HBTSS 위성군 일부에 참가해 미군과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가 지상에 배치하는 레이더와 해상에 배치한 선박에서 방어용 미사일을 이용해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지스 시스템 레이더인 'SPY7'을 지상에 배치하고 미사일 발사 장치는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개조해 해상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해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쏘면 보조추진장치인 부스터가 바다에 떨어지므로 이지스 어쇼어를 운용할 때 생기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스 어쇼어는 지상에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함께 운용하는 시스템인데 발사 후 부스터가 자위대 훈련장이 아닌 다른 지역에 낙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 정부는 퇴역 예정인 호위함의 수명을 연장해 요격 미사일을 싣는 방안, 요격 미사일을 위한 별도의 이지함을 2척 새로 건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이런 계획은 지상 레이더와 호위함이 무선 통신으로 적 미사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통신 장애 등 방해 요소에 대처하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민당은 이지스 어쇼어 취소를 계기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는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 적국에 있는 기지를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이다.
적이 일본을 공격하려고 하는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다면 앉아서 당하지 말고 미리 대응한다는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라서 사실상 선제 공격 능력을 갖추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은 일단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반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 민영방송 TV도쿄가 17∼19일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적국이 일본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55%가 반대했고 37%가 찬성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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