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슬람 기도 시간에 성소피아 모자이크 가릴 것"
터키 법원 성소피아 박물관 지위 취소…24일 모스크로 개장
대통령실 대변인 "이슬람 기도 시간 보장하기 위한 조치 중"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최근 박물관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변경된 성소피아 대성당(터키어 '아야 소피아', 그리스어 '하기아 소피아')의 성화 모자이크가 이슬람 신자의 기도 시간 동안 가려진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터키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성소피아에서 이슬람 신자들의 기도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소피아의 역사적인 모자이크들은 우리 문화유산의 일부"라며 "기도 시간에는 모자이크를 가릴 것이지만 (모자이크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건립한 성소피아 대성당은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면서 오스만 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성소피아 대성당은 비잔티움 예술의 결정체인 성화 모자이크로 장식됐으나, 메흐메트 2세가 모스크로 개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그린 모자이크를 회칠로 덮었다.
당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우상숭배를 이유로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대신 회로 칠한 성당 천장과 벽면은 '아라베스크'라는 기하학적인 이슬람 문양이 그려졌다.
오스만 제국 멸망 후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성소피아 복원작업에 착수하면서 회칠 아래 감춰진 비잔티움 예술의 정수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회칠을 제거하다 성화와 모자이크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고, 회벽에 그린 아라베스크 문양도 500년 된 이슬람 문화재인 만큼 이슬람 신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국부(國父)로 불린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1934년 성소피아를 두 종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변경하고 성소피아에서 일체의 종교 행위를 금지했다.
이후 성소피아는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됐으며, 성소피아 박물관이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Historic Areas of Istanbul)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정의개발당 소속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성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 결정을 취소했으며, 즉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터키 종교청인 '디야네트'는 오는 24일부터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장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터키 정부는 성소피아 '모스크'를 관광객에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나, 하루 다섯 차례 이슬람 신자의 기도 시간에는 관광객의 입장이 금지될 전망이다.
실제로 성소피아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블루 모스크)는 현재도 예배 장소로 사용되는 까닭에 관광객은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으며, 여성은 반바지·반소매 착용이 금지되며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를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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