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트럼프가 옹호해온 남부연합 깃발 사실상 금지(종합)
전세계 군시설서 사용가능한 깃발 유형에 포함하지 않는 식으로 금지
"트럼프와 긴장 커질 것" 전망 속 직접충돌 피하려 고심 흔적 해석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전 세계 미군 시설에서 남부연합기(旗)의 공적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연합의 역사를 옹호하는 상황에서 에스퍼 장관이 인종차별 반대 여론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는 모양새인데 직접적 충돌은 피하고자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모든 이들을 품위와 존경을 담아 대하고 분열적 상징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깃발을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에스퍼 장관은 "깃발은 힘 있는 상징이고 특히 군 내에서 더 그렇다"면서 "깃발은 공통의 임무와 공통의 역사, 그리고 특별하고 변치 않는 전우의 유대를 구현한다"고 강조했다.
지시문에는 군 시설에서 사용 가능한 깃발의 유형이 제시됐다. 미국의 주와 영토에서 사용하는 깃발, 동맹국의 깃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남부연합기는 명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남부연합기 사용은 금지된 것이라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며 합중국을 탈퇴한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여론이 확산하며 남부연합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자 남부연합을 미국의 역사로 옹호해왔다.
남부연합과 관련된 이름이 붙은 10개 군 기지명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에스퍼 장관이 군에 남부연합기 게양을 사실상 금지하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에스퍼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신중한 표현을 골라쓴 지시라면서 문제가 해결됐기를 바란다는 익명의 국방부 당국자 발언을 전했다.
AP통신은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하거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남부연합기 게양을 금지하는 창의적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인종차별 반대시위의 핵심 구호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가 담긴 깃발이나 성소수자 지지를 표현하는 깃발도 금지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금지는 공적인 장소에 적용되며 사물함이나 개인실 같은 사적 공간에서는 남부연합기도 사용 가능한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달 초 브리핑을 자청, 인종차별 반대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서라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와중이어서 항명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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