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인수? 파기? 결정 미룬 제주항공…이스타는 '희망고문'
선행 조건 이행 놓고 양사 입장차…소송전 대비 명분 쌓기 나서나
정부 지원 변수 될까…정부도 "양사 노력 우선돼야…특혜 시비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인수에 대한 최종 결정은 미루면서 관련 주체 간에 또다시 이견이 도출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SPA 계약상에 명시된 선결 조건은 모두 완료했다며 딜 클로징(종료)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며 최종 판단은 보류했다.
이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번 인수·합병(M&A) 작업은 무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정부의 중재 노력과 여론 등을 고려해 최종 통보 시점을 늦춘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입장 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계약서상 가장 큰 선행 조건이었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이 이미 해결됐다는 게 이스타항공의 입장이다. 미지급금 해소는 계약서 외에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무는 아니고, 이마저도 리스사, 정유업체 등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계약 파기 이후 책임 소재를 다투기 위해 서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M&A 진행 과정에서 양사 사장의 통화 녹취파일과 회의록 내용이 공개되는 등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이미 M&A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천억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칫 이스타항공을 인수했을 경우 규모의 경제화는커녕 동반 부실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큰 상태다.
2대 주주인 제주도의 부정적인 의사 표명과 직원들의 반대 등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제주항공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이 정부의 중재 노력 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부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해소 등 양사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지원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해 추가 지원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정부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의 실직 문제도 걱정이지만 이스타항공이 예를 들어 미지급금을 절반 이하로 낮춘다거나 이 의원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거나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 도와줄 수는 없는 문제"라며 "나중에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이스타항공 직원들만 제주항공으로의 인수 성사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희망고문'을 겪고 있다.
매달 임금 45억원을 포함해 리스료 등 최소 100억원 이상의 고정비가 추가로 미지급금으로 쌓이고 있어서 M&A 결정이 늦어질수록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도 시간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라며 "서로 간의 입장을 충분히 얘기하고 계약 파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하면 결국 계약 파기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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