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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코로나19 확산 진원지 '호스트클럽'
긴급사태 해제 후 확진 30% 이상이 '밤거리' 관련자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수도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확산시키는 진원지로 유흥업소인 '호스트클럽'이 지목되고 있다.
일본의 호스트클럽은 남성 종업원이 여성 손님을 접대하는 술집을 말한다.
일반 업소에 비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주로 소득이 높은 여성이 이용한다고 한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긴급사태가 풀린 다음날인 지난 5월 2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도쿄 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천34명 가운데 34.4%인 1천45명이 호스트클럽 등 이른바 '밤거리'(夜の街) 관련 감염자다.
또 이 가운데 70%가량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신주쿠(新宿)구에서 나왔다.



이처럼 호스트클럽을 중심으로 한 신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일부 업소에선 대수롭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취재에 응한 한 호스트가 일하는 업소에서는 직원의 마스크 착용이나 손님과 붙어서 노래 부르지 않기 등 감염예방 지침을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이 남성 접객원은 "언제 감염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위험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전날 코로나19 감염상황 경계 수준을 4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감염 확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감염 예방 지침의 준수를 촉구했다.
대다수 업소가 예방 대책을 이행하고 있지만 감염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신주쿠구(區)의 현장 조사에서 감염자가 확인된 대부분의 업소는 직원 마스크 착용 등 일정한 감염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호스트클럽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확산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호스트들의 생활 양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스트들은 주로 공동주택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일을 마친 뒤에는 식사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소 밖에서 한 사람의 감염자가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호스트 경력 3년 차라는 한 남성(23)은 "처음에는 두 칸짜리 아파트의 한 방에서 2단 침대 3개를 놓고 동료 5명과 생활한 적이 있다"며 한 사람이 걸리면 모두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감염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적극적인 검사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주쿠구는 지난 6월부터 호스트클럽 등의 사업주가 참여하는 연락회를 설치해 종업원 중에서 감염자가 나오면 다른 직원 전원이 검사받도록 하는 체제를 갖췄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하는 감염 예방 지침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 형태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도민과 사업자의 협력 없이는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며 "협력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정부의 기본대처방침에 따라 업종 단체별로 마련한 예방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업소 이용을 피하고 인증마크가 있는 곳을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지자체가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손님 수 제한 등 예방 지침을 지키라고 사업주에게 요청하고 있지만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 지침의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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