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금 10% 찾게 해달라"…칠레, 코로나19 경제난 속 시위
연금 중도인출 허용 법안, 의회 표결 앞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칠레 시민들이 연금 중도인출 허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1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비오비오칠레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한 칠레 곳곳에서 연금 10%를 미리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여전히 격리령이 내려진 지역의 주민들은 발코니에서 냄비 등을 두드리며 시위에 동참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했다.
시위가 거세지면서 상점 약탈이나 차량 방화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위 과정에서 60명 이상이 연행됐다.
최근 칠레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진 시위의 주된 구호는 "내 10%를 원한다"는 것이다.
시위대는 코로나19에 따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연금 10%를 미리 찾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이날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에서 60%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최근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의 조사에선 국민의 83%가 연금 중도인출 허용에 찬성했다.
그러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연금 재정이 허약해질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피녜라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중산층을 위한 지원책 등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1973∼1990년) 민영화된 칠레 연금제도는 지난해 11월 불붙은 칠레의 불평등 항의 시위에서 시위대가 요구한 개혁 대상 중 하나였다.
한편 이날 엔리케 파리스 칠레 보건장관은 격리 규정을 어긴 전날 밤 시위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폭력과 무질서는 부도덕"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칠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2만1천205명, 사망자는 7천186명이다. 인구 대비 감염률이 1.6%를 웃돌지만,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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