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美보건수장들의 일갈…"과학 이토록 정치화한 대통령 없어"
학교정상화 국면서 트럼프의 CDC 무력화 정면비판…이례적 공동기고
"과학이 당파적 무차별 사격의 도전 받아…생명 위험에 처하게 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의 전직 보건수장 4명이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건당국 무시 처사에 강도 높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미국 사회 내 학교 정상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아랑곳하지 않고 개교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개교 지침이 비현실적이라며 공개 질타했으며 이에 CDC는 새 지침을 공개하기로 한 상태이다.
톰 프리든, 제프리 코플란, 데이비드 새처, 리처드 베서 등 CDC 국장 출신 인사 4명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CDC를 운영했었다. 어떠한 대통령도 트럼프가 한 것처럼 과학을 정치화한 바 없다'는 공동기고문을 통해 "행정부가 보건을 약화하고 있다"고 정면에서 비판했다.
이들은 오바마, 부시, 클린턴 행정부에 걸쳐 CDC 수장을 맡았던 인사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와 함께 CDC를 약화시키려는 정치 지도자들을 안전한 개교 및 경제 정상화를 방해하는 양대 '적'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학교를 보다 안전하게 다시 여는 문제를 둘러싼 지난주의 논쟁은 건전한 보건 가이드라인을 뒤집으려는 이러한 반복된 노력이 대혼돈과 불확실성을 초래, 불필요하게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할 뿐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CDC 지침이 다양한 부처 및 백악관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서 고쳐지는 일은 통상적이지만 이미 발표된 이후에 손을 대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벳시 디보스 미 교육부 장관이 CDC의 지침을 학교 정상화의 장애물로 묘사한 점 등을 거론, "이미 발표된 지침을 개정할 수 있는 유일한 타당한 사유는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4인은 총 15년 이상의 기간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를 걸쳐 CDC를 이끌어왔다"며 "우리의 전체 재임 기간을 통틀어 정치적 압박이 과학적 증거를 해석하는 데 있어 변화를 가져온 경우는 단 한 번도 떠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도 CDC 전문가들의 건전한 과학이 당파적 무차별 사격으로 도전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국민이 리더십과 전문지식, 정확함을 필요로 하는 이 때, 혼선과 불신만 씨 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가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보건 당국자들이 괴롭힘당하고 위협받고 있으며 해임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터무니 없으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CDC 약화에 따른 끔찍한 효과를 보고 있다"며 "고의적인 공중 보건 지침 무시는 놀라울 것도 없이 감염과 죽음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슬프게도 우리는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수준에 근접하지 못했다. 실은 오히려 그 반대"라며 "우리는 학교와 경제를 안전하게 다시 여는데 있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CDC 지침을 포함, 보다 안전한 학교 정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흑인과 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 지역사회가 지난 6개월간 불균형적으로 팬데믹을 겪어온 가운데 똑같은 비극이 학교에서도 일어나도록 할 수는 없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과학적 전문지식을 뒤엎으면서 팬데믹과 싸우려고 하는 것은 눈가리개를 하고 싸움을 하는 것과 같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데 있어 CDC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 늦지 않았다. 그러나 시계는 똑딱똑딱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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