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신 트럼프'…영국, 2027년까지 화웨이 장비 완전제거(종합)
비핵심 장비에 허용키로 한 기존 결정 되돌려…유선인터넷망서도 퇴출
영국 정부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통신망과 국가안보에 옳은 결정"
화웨이 "영국 정치화해 유감…이번 결정 재고 촉구"
(베이징·런던=연합뉴스) 심재훈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5세대(G) 이동통신망 구축에서 내년부터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7년까지 통신망에 이미 사용한 화웨이 장비를 전면 제거할 계획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이같은 정부 결정을 발표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이날 오전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이같이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말 이후로는 5G와 관련해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고, 기존에 설치된 장비는 2027년까지 없애도록 했다.
아울러 유선 광대역 인터넷망에서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2년 내 중단하도록 했다.
다우든 장관은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영국 통신 네트워크와 국가안보, 경제를 위해 지금은 물론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 때까지 우리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안을 되돌릴 수 없도록 법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영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화웨이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웨이 영국 법인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면서 "영국의 모든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이는 영국 디지털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소비자의 통신 지출을 증가시키고 디지털 격차를 더 크게 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영국 정부가 이 결정을 다시 고려해 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 화웨이의 미래 발전이 정치화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이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 미국 무역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앞으로 영국 정부와 소통하며 영국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는지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BT와 보다폰 등을 포함한 영국 통신업계는 화웨이 장비 제거에 최소 5년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이번 정부 결정을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삼성전자,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등이 화웨이 대신 영국 5G 통신망 구축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5G 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해 비핵심 부문에서 점유율 35%를 넘지 않는 조건으로 중국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추가 리스크를 검토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지만, 여기서 나아가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로 반도체 조달 길이 막힌 화웨이가 더 싸고 보안 우려가 큰 대안을 사용할 것을 우려, 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영국은 그동안 화웨이 장비 사용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해 왔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미국과 영국은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으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영국이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면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유럽에서도 영국과 가장 많은 교역 및 투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당초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특별한 동맹'인 영국과 미국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화웨이에 대한 추가 결정이 내려지면서 미국은 환영, 중국은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홍콩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갈등을 빚고 있는 영국과 중국 간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