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심판' 싱가포르 총선, 총리 승계 구상에 영향 줄까
후임 헹스위킷 여론 지지 미흡…리셴룽 총리 "위기 끝까지 해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0일 치러진 싱가포르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에 민심이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리셴룽 총리의 승계 구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65년 이후 모든 총선에서 승리한 PAP는 이번에도 93석 중 83석을 챙기며 이겼지만 야당인 노동자당(WP)에 역대 가장 많은 10석을 내줘 사실상의 패배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예상 밖의 총선 결과로 리 총리의 총리직 승계 구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정치분석가들의 전망이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번 선거의 압승을 통해 다음 세대 지도자들이 차기 정부를 이끌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랐지만, 이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리 총리도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과는 제가 희망했던 강력한 권한 이임은 아니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야당인 노동자당(WP)의 선전이 리 총리의 승계 구상에 더 많은 물음표를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리 총리 후임으로 지목된 헹스위킷 부총리가 사실상 첫 여론 시험대인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53.41%로 간신히 의석을 지킨 점을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헹 부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이스트 코스트 집단선거구(GRC)로 옮겨 PAP 팀을 이끌었다.
결과는 승리였지만, 2015년 총선에서 노동자당을 상대로 PAP 팀이 승리했을 때 기록한 60.73%보다 7% 포인트 이상 득표율이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노팅엄 대학 아시아 연구소의 브리짓 웰시는 "이 결과는 새로운 지도자들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아니다"라며 "다른 차세대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헹 부총리 역시 선거 기간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리 총리가 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함께 이 위기를 끝까지 해결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리 총리가 그의 은퇴 계획을 보류하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수년 전부터 70세가 되는 2022년 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온 리 총리는 야당 반대에도 코로나19 와중에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국가 위기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었다.
지명직 의원을 역임한 유진 탄 싱가포르 경영대(SMU) 교수도 총선 직전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헹 부총리로의 총리직 승계는 PAP가 총선에서 얼마나 잘 이기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탄 교수는 "비록 PAP가 승리하더라도 내용이 좋지 못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만 정책과 국정 운영 계획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을 벗어난 민심의 심판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리 총리가 총리직 승계를 놓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싱가포르 포스트 총선 정국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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