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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가 분화해 무엇이 될지, 사실상 RNA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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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가 분화해 무엇이 될지, 사실상 RNA가 결정한다"
전령RNA, 유전자 온·오프 후성유전 기제 제어
미 콜로라도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유전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엔 동일한 유전체가 들어 있다.
각 세포의 유전체가 같은데도 눈의 기능은 피부나 뇌와 다르고, 줄기세포는 여러 다른 조직으로 분화한다.
이는 기관이나 조직에 따라 세포의 발현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게 유전자 스위치를 온·오프 하는 후성유전 기제(epigenetic machinery)다.
그런데 전령RNA(messenger RNA)가 후성유전 기제와 유전자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걸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사실상 후성유전적 유전자 온·오프를 제어하는 건 전령RNA였다.
전령RNA의 이런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예정된 프로그램대로 분화한 줄기세포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장차 이 발견은 암이나 심장 이상 등의 RNA 표적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관련 논문은 7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실렸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토머스 체크 화학 생화학 교수는 "세포의 모든 유전자가 항상 켜져 있는 건 아니고, 신체 조직별로 어느 유전자를 켜고 끌지 결정하는 독자적인 후성유전 프로그램이 있다"라면서 "후성 유전적 유전자 침묵을 제어하는 마스터키를 RNA가 갖고 있고, RNA가 없으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상세히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체크 교수는 RNA의 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198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RNA의 이런 역할에 처음 주목한 사람은 이번 연구에 공동 수석저자로 참여한 같은 대학의 존 린 생화학 교수다.
린 교수는 2006년 저널 '셀(Cell)'에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에서, 세포핵 안의 RNA가 PRC 2라는 '접힌 단백질 복합체(folded cluster of proteins)에 달라붙는다는 걸 입증했다. PRC 2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많은 연구를 통해 린 교수의 발견이 재확인됐고, RNA 유형에 따라 작용 대상의 단백질 복합체도 달라진다는 게 확인됐다.
지금까지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이 500건을 넘지만, 최종 결론은 크게 엇갈린다.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으로 RNA를 지목한 논문이 있는가 하면,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도 있다.
체크 교수팀은 2015년부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함께 공동 제1 저자를 맡은, 체크 교수 랩(실험실)의 이청 룽(Yicheng Long) 박사후연구원과 린 교수 랩의 계산생물학자 황태영(Taeyoung Hwang) 연구원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효소로 세포의 RNA를 완전히 제거한 뒤 후성유전 메커니즘이 DNA의 유전자 침묵에 관여하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룽 연구원은 "공항 관제사가 항공기 착륙을 통제하듯이 RNA는 단백질 복합체를 DNA의 정확한 위치로 유도해 유전자를 침묵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비밀의 문은 유전자 편집으로 배양한 줄기세포 실험에서 열렸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편집 기술로 심장근육 세포가 되게 프로그램된 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 하지만 PRC 2 단백질 복합체가 RNA와 결합하지 못했다. 항공기에 비유하면 공항 관제탑과의 교신이 끊어져 길을 잃고 헤매게 된 것이다.
아울러 정상적인 줄기세포는 7일이 지나자 외양이 심근 세포처럼 보였고, 행동도 심장 세포처럼 했다.
돌연변이가 생긴 줄기세포는 심근처럼 박동하지 않다가 PRC 2가 복원되자 다시 정상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줄기세포 분화 과정에서 RNA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 입증됐다.
유전적 변이로 생기는 특정 유형 암과 태아기 심장 이상 등의 RNA 표적 치료가 가시권에 들어온 순간이기도 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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