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시하더니…브라질 대통령 양성판정에 조롱글 넘쳐
'가벼운 독감' '언론 히스테리' 등 발언 비판…"부정주의 행태가 문제"
마스크 기피·말라리아약 복용 등에 대한 경고도 이어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건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부인하고 보건보다 경제를 앞세우는 행보를 계속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코로나19를 '가벼운 독감'으로 부르는가 하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을 '언론이 만든 판타지' '언론의 히스테리'라고 부르며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린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세계 언론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피해가 확산한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부정주의' 행태를 꼽았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현실을 무조건 부정하는 바람에 코로나19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의사들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을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등 두 차례 복용했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마스크 기피증'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보건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며 지지자들과 거리낌 없이 악수하고 포옹하고 다녔으며, 이날도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중간에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이 노출될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아지는 과정에서 그가 한 발언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4월 20일 사망자가 2천500명을 넘은 데 대해 질문을 받고 "나는 무덤 파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듯이 답했다.
사망자가 5천명을 넘으며 중국보다 많아진 4월 28일에는 "유감이지만, 내가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가? 내가 메시아지만 기적을 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운데 이름인 '메시아'를 인용한 이 발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사망자가 3만명을 넘은 지난달 2일에는 "모든 사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운명"이라며 무성의한 위로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확진자가 100만명,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선 뒤인 지난달 22일엔 "코로나19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코로나19보다 사회적 격리에 따른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주지사와 시장들이 경제활동 전면 재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코로나19 양성판정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에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내리는 비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면서 "내가 이전에 말한 것처럼 코로나19 때문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또다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꼬집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소셜미디어(SNS)에는 "보우소나루는 코로나19에 관해 입을 닫고 있는 게 좋겠다" "코로나19가 보우소나루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이 넘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SNS를 통해 코로나19 양성판정에도 "내 건강은 완벽하게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부터 그를 접촉한 대통령실 참모와 각료, 재계 인사 등 30여 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가 "우리는 코로나1와 보우소나루라는 2개의 바이러스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여전히 코로나19에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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