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합시다"…영-EU 대표, 미래관계 협상 앞두고 만찬
영국 총리관저에서 개최…협상팀은 내일부터 본격 논의 돌입
EU 대표 "합의 원하지만 어떤 대가라도 치르진 않을 것" 강조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미래관계 협상 수석대표가 격식 없는 만찬을 함께 하기로 해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양측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총리 유럽보좌관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만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미셸 바르니에가 오늘 저녁 격식 없는 대화를 위해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만찬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만찬을 시작으로 협상이 다시 시작되며, 내일 영국과 EU 협상팀이 추가 논의를 위해 마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로 설정한 전환 기간 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양측은 지난 3월 초 브뤼셀에서 1차 협상을 가진 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화상으로 4차 협상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양측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지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5주 동안 매주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2∼4차 협상이 코로나19 우려로 비대면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후 협상은 다시 브뤼셀과 런던에서 돌아가며 대면 협상 방식으로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EU는 지난주 브뤼셀에서 미래관계 협상을 재개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종료했다.
특히 브뤼셀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예정됐던 바르니에 대표와 프로스트 보좌관 간 일대일 만남 역시 취소되면서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커졌다.
양측은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과 영국 수역에 관한 접근권, 새로운 양측 관계에 대한 관리방식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이날 협상을 위해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뒤 "EU는 합의를 원한다. 합의에 성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어떤 대가라도 다 치르면서까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번 협상에서 영국 측이 새로운 제안을 할지를 묻자 "EU가 말하는 공정경쟁환경부터 관리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영국과 EU가 전환 기간이 끝날 때까지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미 브렉시트를 단행한 상황인 만큼 엄밀히 말하면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는 아니지만, 사실상 '노 딜'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좋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셸(바르니에)보다 좀 더 낙관적이다"라면서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호주 모델 협정이라는 좋은 대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EU가 호주와 체결한 협정은 기본적으로 WTO 체제에 기반한 느슨한 무역 관계를 갖되, 특정 상품이나 항공 등 중요한 분야에서는 별도 합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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