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방장관 '내년 예산 11조원"…KF-X 분담금은 무소식
군 항공기 4대 도입 계획에 러시아·프랑스·미국산 전투기 두고 설왕설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2021년도 국방 예산으로 129조3천억 루피아(10조9천억원)를 제시했다.
2일 CNBC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장관은 '2021년 국방 분야 국가발전 주요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내년도 예산 약 11조원 책정을 요청했다. 올해 국방예산은 127조 루피아(10조7천억원)였다.
프라보워 장관은 ▲ 5개 무기체계 주요 장비 ▲ 소구경 탄약 ▲ 전투차량 12대 ▲ 군함·해군함정·구명 관련 장비·해군 전투 전술차량 14대 ▲ 군 항공기 등 4대에 내년도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년에는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텐데, 왜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더 늘리려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군 항공기 등 4대 교체·도입 계획과 관련해 프라보워 장관이 러시아산 수호이 Su-35와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미국산 F-16 전투기 중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설왕설래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올해 1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수호이 Su-35 전투기 구매 계약을 포함, 양국 간 국방 협력 강화를 논의한 데 이어 지난달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다시 방문했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2월 러시아에 1조3천억원을 주고 다목적 전투기 Su-35 11대를 들여오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나, 미국이 제정한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 위반 논란 등으로 이행이 연기된 상태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은 프라보워 장관이 올해 들어 두 차례 러시아를 방문했지만, 수호이 Su-35 전투기 도입에는 진전이 없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잇달아 군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무기체계 중에서도 항공기 부문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지난달 6일 중부 자바 스마랑 인근에서 러시아산 육군 소속 MI-17 헬기가 비행 훈련을 하던 중 추락해 군인 4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같은 달 15일에는 수마트라섬 리아우주에서 공군 소속 영국산 호크 전투기(MK.209)가 훈련 중 주택가에 추락해 주택 세 채를 파손했다. 조종사는 비상 탈출로 목숨을 구했다.
이처럼 국방예산과 군 항공기 등 도입 문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한국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KF-X/IF-X) 분담금 문제는 깜깜무소식이다.
양국은 2015년부터 8조7천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경제 사정이 어렵다며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루더니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5천2억원이 밀렸다. 올해 국방예산에 2천700억원 상당 분담금 예산이 책정돼 있음에도 주지 않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KF-X 인도네시아 분담금 중 5% 축소 등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후 지난해 가을 양국이 접점을 거의 찾았으나 새로 취임한 프라보워 장관이 무기 체계 도입 전략을 전반적으로 검토한다며 재협상 타결을 미뤘다.
인도네시아 국방 당국은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돼 있던 기술진 114명을 인도네시아로 귀국시킨 뒤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주문한 1천400t급 잠수함 3척(1조1천여억원)과 관련해서도 계약금 납입 등의 진행이 멈췄다.
한국 방산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가 그동안 한국산 T-50i 경공격기와 잠수함 등 무기체제를 구매해줬고,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인 만큼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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