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종차별 논란, 링컨으로 확산…동상 철거 요구 이어져
위스콘신대 학생단체 "본관 앞 동상, 백인 우월주의"
보스턴 중앙공원 링컨 동상도 철거 직면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인종차별 논란이 동상 철거 운동으로 확산한 가운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809~1865) 동상에 대한 철거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대 대통령인 링컨은 그동안 "노예제를 폐지하고 분열된 미국을 통합한,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대학(매디슨) 흑인 학생단체 '블랙 스튜던트 유니언'과 '스튜던트 인클루전 커미티'는 캠퍼스 본관 앞에 114년째 서 있는 링컨 동상의 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링컨 동상은 캠퍼스의 상징 중 하나로, 신입생들은 링컨의 왼쪽 신발을 손으로 문지르며 행운을 기원하고, 졸업생들은 링컨의 무릎에 올라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등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링컨 동상에도 불똥이 튀었다.
블랙유니언 측은 "링컨 동상이 우리 캠퍼스의 본관 앞을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백인 우월주의"라고 주장했다.
블랙유니언 회장 날라 맥워터는 "링컨을 노예해방으로만 기억한다면 그에 대해 작은 일부만 아는 것이다. 그는 나쁜 일을 더 많이 했다"며 동상 제거를 위한 청원 서명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철거 지지자들은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문에 서명한 1862년, 미네소타 원주민 38명을 집단 사형에 처한 군사명령에 서명했다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주민 처형이었다"고 지적했다.
링컨은 미국 서부 미개발 토지를 해방된 노예를 포함한 정착민들에게 160에이커(약 20만평)씩 무상 증여하는 자영농지법에 서명했는데, 이로 인해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결국 보호지역으로 강제 이송됐다.
블랙유니언 측은 "링컨이 노예제에는 반대했으나, 인종주의자였다"고 역설했다.
링컨은 1854년 일리노이주 피오리아 연설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노예로 만들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카고 트리뷴의 1858년 9월 21일자 보도를 보면 링컨은 4년 후 상원의원 선거 토론에서 "백인과 흑인 간에는 신체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적·정치적 평등을 유지하면서 함께 사는 것은 영원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울려 살게 되면 지위 구별이 있어야 하고, 나도 백인에게 우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위스콘신대학 측은 동상 철거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레베카 블랭크 총장은 "링컨은 전반적 업적으로 볼 때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며 "링컨의 유산을 무조건 지우는 것이 아니라 검증 후 기념하거나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스턴의 유서 깊은 공원 '보스턴 커먼'에 서 있는 링컨 동상도 철거에 직면해있다. 노예 해방 선언으로 자유 신분이 된 흑인이 링컨 발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형상의 노예 해방 기념 동상이다.
보스턴시 예술위원회는 1만2천여 명으로부터 철거 청원을 받고 지난 30일 "공공예술품이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안겨서는 안 된다"며 철거 결정을 내렸다. 오는 14일 회의를 열고 철거일 등 세부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네티컷대학 역사학과 매나샤 시나 교수는 "역사는 복잡미묘하다.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들도 모든 면에 완벽할 수는 없다"면서 "나쁜 사람이었으니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 대신 그 복잡미묘한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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