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지만 용납해선 안될일…日정부도 혐한시위 대응해야"
"헤이트스피치, 생각 차이·논쟁 대상 아닌 일방적인 가해"
가와사키시 조례 제정 기여한 재일교포 3세 최강이자 인터뷰
(가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처음에는 무서워서 달아났지만 역시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재일교포들만 (외롭게) 싸운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혐한'(嫌韓) 시위를 처벌하는 일본 가와사키(川崎)시 조례 제정을 위해 앞장선 재일한국인 3세 최강이자(47) 씨는 두려움을 이기고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표현)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한 많은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혐한 시위에 50만엔(약 56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조례가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최 씨는 "조례의 실효성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례는 혐한 시위 처벌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혐한 시위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신고서를 2016년 법무성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수년 간 헤이트 스피치와의 끈질긴 싸움을 벌여 온 최 씨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셈이다.
그는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 네트워크와 함께 활동하며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최씨는 "20차례에 걸쳐 학습 모임을 열었고 매번 시민 200명 정도가 참석해 국제인권법, 표현의 자유, 타국 사례 등을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혐한 시위 세력 앞에서 항의하거나 혐한 시위 주도하는 인물에게 연락처를 주고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혐한 시위와 마주하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최 씨는 "우리들을 향해 '바퀴벌레','구더기', '조선인을 내쫓아내라', '공기가 오염되니 공기를 들이마시지 마라'고 말했다"며 헤이트 스피치가 "인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헤이트 스피치가 "발생할 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시위가 벌어질 때는 물론 시위 일정이 다가올 때도 고통을 느끼며, 시위가 끝난 후에도 재발 우려 때문에 불안에 시달리는 등 피해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의미다.
혐한 시위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일각의 반발에 대해 최씨는 "헤이트 스피치는 생각의 차이 혹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일방적인 가해와 압도적인 피해가 있을 뿐"이라며 "'죽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과는 논쟁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억제하기 위해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제정돼 2016년 6월 시행되면서 혐한 시위에 맞서는 움직임에 탄력이 붙었다.
법원이 헤이트 스피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거나 시가 혐한 시위 단체의 공원 사용을 불허하는 등 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가와사키시 차별 없는 인권 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의 벌칙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면 억제 장치가 하나 더 생긴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확산하는 헤이트 콘텐츠가 문제다.
최 씨는 "학습 모임 등의 이름으로 헤이트 시위를 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형태를 바꿔 차별을 즐기고 있다"고 우익 세력의 행태를 지적했다.
조례는 인터넷의 혐한 콘텐츠에 대응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확산하는 인터넷 콘텐츠에 일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관련 업체와 연계해 지침을 만드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가능한 사람이, 가능한 곳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헤이트 스피치나 차별을 근절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최근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 의해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에 대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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