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인원 제한·시프트수업…이탈리아 정부 방역지침에 비판론
교사·학부모 "실현불가능" 거센 항의…정부, 지침 완화 검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오는 9월 문을 여는 각급 학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공개했으나 교육 현장의 반대 여론이 강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책상 간 안전거리를 최소 1m 이상 유지하고 학급 내 수용 인원을 제한해 그룹별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역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놨다.
오전·오후반으로 나누거나 토요일에도 학교를 개방하는 등 다양한 시프트 수업도 허용했다.
점심은 구내식당이 아닌 교실 내 자기 책상에 앉아 먹도록 하는 한편 6세 이상 아이들은 학교 내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여건상 도저히 적용하기 어려운 지침들만 나열해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이행할 자금 지원 또는 인프라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전날엔 전국 60여개 지역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방역 가이드라인에 분노한 교사·학부모·학생들의 항의 집회도 동시다발로 열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방정부 협의회 의장인 스테파노 보나치니 에밀리아-로마냐 주지사도 가이드라인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교육 현장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예상치 못한 거센 반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시스템의 중추인 학교에 대해 큰 우려가 나오는 것은 정상"이라면서 "다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로 돌아가도록 정부로서도 최선을 다하는 만큼 좀 더 인내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가이드라인 초안 규정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거리 기준을 책상이 아닌 학생들 간 거리로 완화하는 한편 학급 내 그룹별 수업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스크 의무 착용과 관련해서는 9월 첫째 주 각 지역에 설치된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평가한 뒤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초등학교만 의무화하는 안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이탈리아는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던 지난 3월 초 대학을 포함한 전국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해당 학기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다.
학생들의 등교 재개 시점은 오는 9월 14일로 잠정 결정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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