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해변 몰려간 영국인들…정부 "다시 폐쇄할 수도"
런던에서는 잇따라 거리 파티…리버풀 축구 우승에 팬 수천명 몰려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 불가능…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제기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무더운 여름 날씨에 영국인들이 앞다퉈 해변으로 몰려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해변을 다시 폐쇄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26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전날 영국 주요 지역의 기온이 30도 내외로 치솟는 등 올해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보이자 잉글랜드 남부 본머스 해변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해변에 자리를 잡은 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겼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도로 정체, 쓰레기 투척, 각종 다툼 등이 벌어지자 지역당국은 '중대사건'(major incident)을 선포했다.
중대사건은 지역당국이나 응급서비스,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이 특별조치를 이행해야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건이나 상황을 말한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가 불가능해지자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제2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잉글랜드 최고의료책임자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트위터에 "모든 이들의 노력 때문에 코로나19가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으면 감염이 다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맷 행콕 보건장관은 해변 폐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행콕 장관은 토크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꽤 힘든 봉쇄조치를 겪어왔다는 점에서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해변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4만3천230명으로 하루 전에 비해 149명 늘어났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유럽에서 가장 많고,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브라질 다음이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됐다고 판단, 단계적 봉쇄조치 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자 이같은 완화 분위기에 맞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런던 브릭스턴에서, 25일에는 노팅힐 지역에서 허가되지 않은 거리 파티가 열렸고, 경찰이 이를 해산하려 하자 흥분한 군중들이 경찰을 공격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전날 리버풀 FC가 3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확정하자 수천 명의 팬들은 홈구장인 안필드에 몰려가 우승을 축하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나중에 팬들과 퍼레이드를 하며 사진을 찍겠다. 참기 어려운 것은 알지만 모이지 말고 집에서 축하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와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키웠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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