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드라이버→패럴림픽 스타로…伊 '희망 아이콘' 또 기적 쓸까
2001년 레이스 사고로 하반신 절단한 차나르디, 교통사고로 위중
교황 "많은 이에게 힘과 용기 준 당신 위해 기도" 쾌유 메시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명 포뮬러원(F1) 드라이버, 불의의 사고, 패러 사이클링 선수로 재기, 패럴림픽서 금메달 획득.
이탈리아인들이 당대의 진정한 스포츠 영웅으로 꼽는 알렉스 차나르디(54)의 인생 스토리다.
볼로냐 출신인 차나르디는 F1 드라이버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1년 독일 라우지츠링에서 열린 CART(현재의 챔프카 월드시리즈) 레이스 도중 운전하던 차가 고장으로 갑자기 멈춰서면서 시속 300㎞로 뒤따라오던 다른 경주차에 그대로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차나르디는 두 다리를 잃었다. 당시 심장 박동이 여러 차례 멈추며 생사를 오갔다고 한다. 그는 15차례의 큰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는 사고 후 한 언론에 "깨어났을 때 두 다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 신체의 절반이 남아있음에 감사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 뒤 사고로 완주하지 못한 레이스를 마무리하겠다며 라우지츠링 경주장으로 돌아왔고, 손으로 작동하는 특수 경주차를 타고 레이스를 돌아 전 세계 팬들에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를 계기로 5년간 드라이버로 더 활동한 그는 패러 사이클링 선수로 변신해 인생 2막을 열었다.
2008년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2년 런던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 연달아 출전해 각각 2개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이탈리아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스포츠 스타로 각인된 시점도 이때다. 역경을 딛고 우뚝 선 그의 존재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의 증표'가 됐다.
이러한 차나르디에게 두 번째 사고의 시련이 닥쳐 이탈리아인들이 초조함 속에 그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중부 토스카나주에서 패러 사이클을 타던 중 중심을 잃고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차나르디는 현재 시에나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초기보다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위중하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24일 전했다.
사고 이후 현지 언론은 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또 다른 기적적인 생환과 재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를 아끼는 많은 이탈리아인의 응원 메시지도 답지하는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차나르디의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23일 한 일간 스포츠 신문에 게재된 메시지에서 "당신은 스포츠를 통해 불구를 인간애의 교훈으로 만들었고 우리에게 어떻게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지를 가르쳤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고통스러운 순간 당신 곁에 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응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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