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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1년]②급소 찔렸지만…'소부장' 오히려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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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1년]②급소 찔렸지만…'소부장' 오히려 강해졌다
수입선 다변화로 규제 대상 3개 품목 일본 수입 비중 줄어
하지만 첨단소재 일본 의존도 여전히 높아 '갈 길 멀다'
일본 경제에 부메랑…'노 재팬' 바람에 일본 기업 고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위기이자 기회였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 1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국의 관련 산업에 미친 영향을 요약하면 이쯤 될 듯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첨단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대일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상황이어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 산업의 '급소'를 찔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1년 가까이 된 지금,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한국 소재·부품· 장비(소부장) 산업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앞당기는데 일조한 것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정부와 민간, 국회 할 것 없이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선 덕이다.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즉각 마련했다. 3대 품목에 미국, 중국, 유럽산 제품을 대체 투입하고,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했다. 더 나아가 100대 핵심품목에 대해 기술개발 지원에 나섰다.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는 중이다.



◇ 일본산 수입 비중 줄었지만, 첨단소재는 여전히 의존도 높아
25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403만3천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천843만6천달러보다 85.8%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액도 20~30%씩 감소했지만, 일본으로부터 수입 감소 폭이 훨씬 컸다.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도 작년 같은 기간 43.9%에서 올해 12.3%로 대폭 낮아졌다. 불화수소는 웨이퍼의 산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반도체 패턴을 새기는 데 활용된다.
다만, 나머지 2개 품목은 여전히 일본 수입액이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액은 1억5천81만5천달러로, 작년보다 33.8% 늘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삼성전자[005930]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난 것은 일본 정부가 작년 말 포토레지스트를 개별허가 대상에서 덜 엄격한 특정포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후 일본산 수입은 감소 추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다시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벨기에로부터 수입도 48만6천달러에서 872만1천달러로 무려 18배가량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 업계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벨기에를 통해 포토레지스트를 우회 수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 비중은 91.9%에서 88.6%로 소폭 낮아졌다. 대신 벨기에산 수입 비중은 0.4%에서 5.8%로 올라갔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액도 1천303만5천달러로, 7.4% 늘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작에 쓰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수입선 다변화와 재고 확보 노력 덕분에 일본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한 피해는 별로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의 경우 한국은 그동안 선진국으로부터 소재 장비를 수입해 만들다 보니 소재 장비 개발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관련 기술은 보유해야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즉각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본, 수출 규제 유탄 맞아…한국, 대일 경상수지 개선
일본의 수출규제는 소부장 분야뿐만 아니라 대일 무역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의 대일 경상수지 적자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19일 발표한 '2019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247억달러에서 지난해 188억2천만달러로 줄었다. 2014년(164억2천만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자본재 수입이 준 데다, 여행 지급이 매우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지난 4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7.8% 급감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 맥주 업계의 최대 시장이었다. 골프채(-48.8%), 화장품(-43.3%), 완구(-47.6%), 낚시용품(-37.8%) 등 주요 품목의 수입액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은 16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도 한국에서 20년 만에 카메라 사업을 종료한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들여온 패션 브랜드 지유(GU)도 8월 전후에 영업 중단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들이 뜻하지 않게 수출규제의 유탄을 맞은 것이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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