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년] 에티오피아 부녀의 한반도 인연…참전하고, 북핵 씨름하고
참전용사 아버지와 막내딸, 대 이어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여
야니트 외교부 국장 첫 인터뷰 "칵뉴부대 일원임을 자랑스러워하셨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의 막내딸이 어엿한 외교관이 돼 유엔에서 북핵 문제와 씨름하면서, 부녀가 대를 이어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여해 화제다.
주인공은 에티오피아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야니트 아베라 합테마리암(36).
야니트 국장의 선친으로 6·25 참전용사인 아베라는 일찍이 1991년 작고했다.
그의 딸 4명 중 막내인 야니트 국장은 2017∼2018년 에티오피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던 당시 제네바와 뉴욕에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 전문가로 일하면서 한반도와 인연을 맺었다.
야니트 국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 언론과는 처음으로 연합뉴스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생전에 말씀은 많이 안 하셨지만 용맹한 칵뉴부대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데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말했다.
자신이 외교관이 된 것도 아무래도 나라를 위해 머나먼 이국땅 한국에까지 간 아버지의 애국심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티오피아가 유엔 초기인 1950년대부터 유엔 헌장에 따라 평화유지군으로 한국전 참전을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파병, 집단안보에 기초한 평화체제 기반 구축에 앞장선 데 대해 특히 참전용사의 후손으로서 큰 자부심을 보였다.
야니트 국장은 짐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동문인 제네바 국제연구대학원(IHEID)에서 국제경제법 전공 법학석사(LLM)를 획득했다.
2008년 에티오피아 외교부에 입부해 지난해 10월 법률국장에 올랐다.
참전용사 2세대 중 에티오피아 정부 최고위급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 문제를 다룰 때 동료들이 내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부녀가 대를 이어서 한반도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며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도 한국 역사와 한반도 메커니즘에 더 흥미롭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도 알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당사국 간 대화를 계속할 수 있도록 올바른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되, 제재는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 자체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의 한국전 추억과 관련, 당시 찍은 사진 한 장을 언급했다.
한국 여성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채 아버지와 전우인 듯한 동료가 찍은 사진이 유일한 추억거리로 남아있다면서, 조카가 할아버지 여자친구였냐고 재밌게 여쭙기도 했다고 전했다. 선친은 한국전 참전 당시 제복과 훈장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맏언니 조카가 17살인데 외할아버지가 참전한 한국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면서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야니트 국장도 아직 방한한 적이 없다면서 기회가 되면 선친이 싸웠던 나라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에티오피아 개발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관해서는 "환상적"(fantastic)이라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와서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의 여러 산업부문에 투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서 모범적이라며 한국의 방역 지원에도 사의를 표하고, 에티오피아도 한국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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