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재, '증오콘텐츠 24시간 안에 삭제' 법안 위헌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SNS에 과도한 사법적 재량권 부여"
야당 "자유 말살 조항들 무효됐다" 환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증오 콘텐츠가 발견되면 인터넷 기업이 24시간 안에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법안의 핵심조항들이 프랑스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인터넷 기업에 사법적 판단을 내릴 재량권을 과도하게 부여한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SNS 기업에 24시간 이내에 증오 콘텐츠 삭제를 강제하는 법안(일명 '아비아법')의 핵심 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아비아법의 해당 조항들이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가 명백히 불법적이거나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증오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아비아법에 따르면 SNS 사업자는 이용자들이 증오콘텐츠 신고 창구를 갖추고, 증오 글이나 영상, 이미지를 발견하는 즉시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인터넷기업에 콘텐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내리도록 과도한 재량권을 준 것이라면서 기업이 수사기관의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아동음란물이나 테러 관련 콘텐츠가 발견되거나 신고될 시 플랫폼 운영자가 1시간 이내에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할 일을 인터넷 기업에 위임한 것으로, 1시간 이내 삭제 규정이 수사·사법기관의 개입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의 주도로 작년 하원을 통과한 아비아법은 상원 심의에서 가로막힌 데 이어 헌재에서도 핵심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음에 따라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은 그동안 24시간 안에 증오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는 이 법안에 대해 해당 콘텐츠를 신중하게 검토하려면 24시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프랑스에서는 또한 이 법안이 규정한 증오 콘텐츠의 내용이 모호하고, SNS 사업자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아비아법에 반대해 온 공화당(LR)의 브뤼노 르타요 상원 원내대표는 "거대 인터넷 기업에 검열권을 부여한 자유 말살 조항들이 무효가 됐다"며 환영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레티시아 아비아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로 증오범죄와 혐오콘텐츠의 희생자들을 지키는 싸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헌재 결정을 바탕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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