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런던에 영원히 감사"…드골 항전연설 80년된 날 훈장
2차대전때 '자유 프랑스' 도운 런던에 레지옹도뇌르 수여…마크롱의 '드골 사랑'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샤를 드골(1890~1970) 장군이 나치 독일에 대한 결사 항전을 촉구한 BBC 연설 80주년을 맞아 프랑스 대통령이 런던시에 최고 영예의 훈장을 수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런던시에 프랑스 최고 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마크롱은 "프랑스 공화국의 런던시에 대한 영원한 감사의 뜻을 훈장 수여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런던은 자유 프랑스(France Libre)를 탄생시킨 요람이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희망의 마지막 요새가 됐던 곳"이라고 추켜세웠다.
'자유 프랑스'는 2차대전 당시 군인이었던 샤를 드골이 나치의 진격에 프랑스가 허망하게 무너지자 런던으로 건너가 세운 임시정부이자 대독일 항전조직(레지스탕스)의 수뇌부로, 전후 프랑스 정부의 근간이 된 조직이다.
이날은 드골 장군이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수상의 배려로 BBC 방송 마이크 앞에서 프랑스 국민들에게 독일에 대한 결사 항전을 촉구한 연설을 한 지 꼭 80년이 되는 날이다.
드골은 당시 "명예, 상식, 조국이 모든 자유 프랑스인들에게 각자의 위치에서 싸움을 계속할 것을 명령한다. 자유 속에 살고자 하는 모든 프랑스인은 내 말을 듣고 나를 따르라"며 히틀러의 독일에 대해 모든 프랑스인과 군인들이 결사적으로 항전할 것을 촉구했다.
이 연설은 드골이 2차대전이라는 절대적 위기 국면에서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현대사에 자신을 각인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마크롱은 이날 런던시에 훈장을 수여한 뒤에는 찰스 왕세자의 거처인 클래런스 하우스를 예방했다.
찰스 왕세자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오늘날까지도 드골 장군의 굳건한 결의는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직면한 두 나라에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드골의 연설은 지금과 같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상황에서 더욱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이후 마크롱은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로 이동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마크롱의 해외 방문은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으로, 그의 '드골 사랑'을 보여주는 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 대체로 정파를 초월해 '국부'로 추앙받는 드골에 대해 마크롱은 평소 경외심을 자주 드러내 왔다.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대통령 공식 프로필을 찍을 때 배경에 드골이 집필한 2차대전 회고록을 넣은 데 이어, 이듬해에는 엘리제궁의 공식 로고에 2차대전 당시 독일에 대한 항전과 샤를 드골을 상징하는 '로렌 십자가'를 추가하기도 했다.
드골은 2차대전 당시 항독 망명정부인 '자유 프랑스'를 이끈 뒤 해방 후에는 프랑스를 강대국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의 재임 시기 프랑스는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확립해 고질적인 정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한편,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패전국 독일을 포용해 유럽 통합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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