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가톨릭 성학대 피해어린이 70년간 3천명 이상 추정
독립조사위 1차조사 결과 발표…"매년 피해자 40명씩 발생…더 많을 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가톨릭 교단에서 지난 70년간 성직자들로부터 성(性) 학대를 당한 어린이가 최소 3천명에 이른다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천주교의 교회 내 성 학대 독립조사위원회(CIASE)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톨릭 사제나 수사 등 성직자와 교회사무처 직원 등으로부터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한 아동 수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3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CIASE는 프랑스 전역의 가톨릭 교구의 문서고와 회의록을 1차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CIASE는 주교회의의 요청으로 프랑스 가톨릭의 성 추문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2018년 구성됐으며, 법률가·의사·신학자·역사학자·사회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CIASE의 장마르크 소베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1천500명의 성직자와 교회 직원들이 아동 성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1950년 이후 매년 40명 이상의 아동 성 학대 피해자가 교회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IASE가 개설한 교회 내 성폭력 사건 핫라인 제보창구에는 모두 5천300건의 진정이 접수됐다고 한다.
프랑스 고등행정법원인 콩세유데타의 현직 부원장이기도 한 소베 위원장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CIASE는 조사를 내년까지 완료하고 유사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할 방침이다.
유럽에서 가톨릭 교세가 가장 큰 나라에 속하는 프랑스는 교회 내 성 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1970∼1980년대 보이스카우트 소년 수십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 사건이다.
천주교 사제였던 프레나는 프랑스 가톨릭계 학교의 교목으로 재직하던 1970∼1980년대에 보이스카우트 소년 70여명을 성추행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3월 징역 5년을 받고 복역 중이다.
그의 아동 성 학대 혐의는 지난 2015년 피해자 중 한 명이 어린 시절 프레나에게 당한 일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80여명의 피해자와 그 친구들이 속속 증언에 나서면서 프랑스 천주교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작년 3월에는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이 사건을 2014∼2015년 피해자의 신고로 인지하고서도 은폐한 혐의로 징역 6월의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지난 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초 프랑스 검찰은 바르바랭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피해자들은 '파롤 리베레'(자유로운 발언)라는 단체를 결성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한끝에 그를 형사 법정에 세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르바랭이 제출한 사직서를 지난 3월 수리했다.
연쇄 아동 성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프레나는 법원에서 단죄되기 전인 작년 7월 교회로부터 공식 파문됐다.
그의 아동 성폭력 사건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신의 은총으로'로 제작돼 작년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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