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국기업의 유럽업체 인수 규정 강화 제안…중국 겨냥
코로나19 경기침체로 약화한 EU 기업 보호 조치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중국 등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은 외국 기업의 인수에서 유럽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제안했다.
17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날 기존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 규정과 무역 방어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속에 외국 기업이 유럽의 저가 자산을 대규모로 사들일 가능성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새로운 조치를 담은 계획을 제안했다.
EU는 외국의 정부 보조금이 유럽 내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나 중요 사회기반시설에 접근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본국의 재정 지원을 받는 외국 자회사들이 국가 보조금에 있어 엄격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유럽 업체들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티에리 브르통 내부 시장 담당 EU 집행위원은 이날 "문제는 중국과 다른 제3국 기업들이 과도한 공공 재정 지원을 받는 가운데 유럽 기업들이 해당 규정을 따름으로써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보조금을 받는 외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경쟁을 왜곡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의 계획을 담은 보고서는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고, 베스타게르 집행위원도 특정 국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U 집행위는 외국 보조금이 EU 기업 인수를 용이하게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알루미늄, 철강, 조선, 자동차 부문이 외국 기업의 인수에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집행위가 내놓은 계획은 외국 기업이 매출액 1억 유로(약 1천364억원) 이상의 EU 기업의 지분 35% 이상을 매수하려 할 경우, 1천만 유로(약 136억원) 이상의 국가 보조금을 받았다면 EU 집행위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거래 거부로 이어질 수 있고, 불공정 이득을 보상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EU 내에 있는 기업들은 외국 보조금이 3년에 걸쳐 20만 유로 이상이면 EU 집행위에 보고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자산 매각, 시장 점유율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EU 집행위는 9월까지 논의 절차를 거쳐 이 같은 계획을 내년에 법안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는 EU 회원국 정부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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