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 2년 살아야 재건축 분양권…은마·개포 등 8만가구 사정권(종합2보)
재건축 초기 단지 비상…"핵폭탄급 위력, 일부 주민 반발 예상"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정부가 6·17 대책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기로 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은 분양신청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강력한 조치여서 이 조건에 미달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 개포주공5·6·7단지 등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수도권 100여개 단지, 8만여 가구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는 주택 소유자에게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소유자는 누구나 조합원 자격을 얻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재건축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건축이 실거주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목적 외에 투자 수단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처럼 재건축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2년의 기산 시점은 현재 소유한 주택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 때까지다. 연속 2년이 아니더라도, 전체 거주 기간을 합해 2년을 채우면 된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는 대부분 환경이 열악하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각하고 건물이 낡아 녹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아 세입자가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조합원 분양을 받으려면 그 집에 2년 이상은 직접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양권은 포기하고 현금 청산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올해 연말까지 개정하면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제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등 초기 단계인 재건축 단지는 이를 피하기 어렵다.
재건축은 정비기본계획→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추진위원회 구성→조합설립인가→시공사 선정→사업시행인가→조합원 분양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추진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거나 추진위 구성을 마치는 등 조합설립인가 전 단계에 있는 단지는 70여곳 5만여 가구에 달한다.
기본계획 등 안전진단 이전의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까지 합하면 전체 100여 단지, 8만여 가구 규모로 해당 단지가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추진위원회 승인 단계를 밟고 있는 강남구 은마아파트, 개포주공 5·6·7단지, 서초구 방배삼호, 신반포 아파트 등은 사업을 매우 서둘러야 한다.
연말을 넘겨 조합설립인가 신청에 나설 경우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의 분양권 획득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한 주민은 "2년 거주 의무 규정은 조합설립인가를 목전에 둔 단지에는 핵폭탄급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을 한다면 시세에도 못 미치는 보상만 받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주민은 "여러 사정으로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주민들은 사유재산을 침해받았다며 법적 조치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상당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근 9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해 집값이 들썩이는 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물론 목동은 교육 여건이 좋아 실거주하는 집주인도 적지 않기는 하다.
목동 재건축의 경우 이제 일부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 초기 단계여서 아예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목동신시가지 2단지 한 주민은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앞으로 10년까지도 내다보는 주민이 있다. 당장 흥분하기보다 앞으로 정책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고, 안전진단 강화 등 영향은 없는지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려면 아파트 소유자간 이해관계가 정리돼야 한다. 추진위나 비대위끼리, 혹은 주민간 갈등으로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아놓고도 수년간 제자리걸음인 단지도 적지 않다.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소유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상당수 단지의 재건축 추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재건축 예정 아파트로 이주하는 소유자나 아예 재건축 분양을 포기하고 매각으로 선회하는 소유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관문인 1차 안전진단의 기관 선정 및 관리 주체를 현행 관할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시·군·구에서 시·도로 바꾼다.
이는 지자체가 선정한 안전진단 기관이 민원 등에 쉽게 노출돼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안전진단 기관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현재 안전진단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 징역 2년 이하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보고서 부실 작성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안전진단 보고서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자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앞으로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하면 과태료(2천만원)를 부과하고, 허위·부실 작성 적발 시 해당 기관의 입찰을 1년간 제한한다.
안전진단 기관 선정 주체 변경과 부실 안전진단 기관 제재 강화 방안도 연말 법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시행할 예정이다.
2차 안전진단 시 현장조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즉시 시행한다.
현재 1차 안전진단 결과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면 현장조사를 해야 하지만, 주민과의 충돌이나 회유 등을 우려해 서류심사 위주로 소극적인 검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2차 안전진단 기관이 현장에서 철근 부식도·외벽 마감 상태 등 정성적 지표에 대해 직접 검증하도록 의무화한다. 아울러 현장 조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은 안전진단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2차 안전진단 자문위원회의 책임성도 강화한다.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점수가 미리 공개된 상태에서 자문위가 열려 위원들이 책임 있게 자문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자문위는 구조 안전성, 건축·설비 노후도 등을 평가 분야별로 개별·분리 심의하고 총점은 비공개한다.
21번째 부동산대책 발표…규제지역 확대·갭투자 원천차단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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