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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 군인 600명 6시간 동안 국경충돌…45년만에 수십명 사망(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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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 군인 600명 6시간 동안 국경충돌…45년만에 수십명 사망(종합3보)
총격전 없이 흉기 들고 난투극…양측, 서로 상대 비난
모디 "인도군 희생 헛되지 않을 것"…양국 외교장관 통화서 평화해결 강조



(뉴델리·베이징·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김윤구 특파원 이재영 기자 = 핵보유국인 인도와 중국의 군인들이 국경 지대에서 충돌해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총기는 동원되지 않았지만 수백명이 흉기를 동원해 격렬하게 난투극을 벌인 탓에 인도군인만 20명이 사망했다. 중국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역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중국 간에 군사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75년 이후 45년만이다.
양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전을 펼치는 등 세계 인구 1, 2위의 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양국은 외교장관 통화에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갈등 국면을 극적으로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


◇ 인도군 20명 사망…중국측 사상자도 35∼45명 추정
AP통신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인도 육군은 전날 라다크지역 갈완계곡에서 중국군과 충돌로 군인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애초 3명으로 발표됐다가 이후 늘어났다. 추가된 사망자들은 부상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 사상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인도 당국 한 관계자는 ANI통신에 "중국 측에서도 이번 충돌로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도 NDTV는 중국측 사상자 수가 45명이라고 보도했고, 또 다른 한 소식통은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충돌로 다치거나 사망한 중국군의 수가 35명이라고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말했다.
전날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알아본 결과 중국군 역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양국의 충돌로 사망자가 나오기는 1975년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당시 인도군 4명이 동북부 분쟁지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중국군의 매복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 수주간 대치 끝 폭발…쇠막대기·돌 동원해 격투
로이터통신은 히말라야산맥 서부 국경분쟁지에서 수주간 이어진 교착상태가 이번 충돌로 크게 고조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충돌에서 총격전은 없었고 인도와 중국 군인들은 쇠막대기와 돌을 들고 싸웠다고 인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5일 해 질 무렵 순찰을 하던 인도 병력이 좁은 산등성이에서 중국군을 마주쳐 싸움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NDTV는 소식통을 인용해 소규모 인도군 순찰대가 갈완 계곡의 중국군 주둔 천막을 제거하러 갔다가 중국군과 만나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측은 이달 초 군사회담을 통해 병력 철수와 함께 이 천막 제거에 동의한 상태였다.
인도 정부 소식통은 인도군 지휘관이 떠밀려 강 협곡으로 떨어졌고 이후 지원군이 투입돼 양측 병력 600명이 맨손으로 싸우거나 돌과 못이 박힌 막대기, 쇠막대기를 무기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싸움은 밤늦게까지 6시간가량 이어졌다고 NDTV는 전했다.
가디언은 인도군과 중국군이 해당 지역에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아직 실종된 병력이 있어 사망자 수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도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인도군 부상자 중 4명의 상태도 위중하다고 전했다.


◇ 인도·중국 책임 공방전…1962년 전쟁 후 묵은 갈등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3천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양국은 카슈미르와 시킴, 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곳곳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의 약 9만㎢ 땅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며 인도는 카슈미르 악사이친의 3만8천㎢의 땅을 중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도 외교부 대변인인 아누라그 스리바스타바는 16일 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충돌은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현재 국경 상태를 바꾸려 한 결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측이 신중하게 합의를 따랐다면 양측의 사상자 발생을 피할 수 있었다"며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렸다.
중국 정부는 인도군이 15일 두 차례 국경을 넘어 도발했다는 입장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는 양측의 합의를 위반하고, 다시 LAC를 넘어오는 불법 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긴장이 완화되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은 외교와 군사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며 "양국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양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갈완지역에서 소장급 군사회담을 진행하는 등 군사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보도가 일부 인도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날 중국과 인도 외교장관은 전화 통화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먼저 인도 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데 이어 "인도는 형세 오판을 하지 말고 중국의 영토 주권 수호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왕 위원은 그러나 "상호 존중은 양국의 장기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양국은 국경 특별대표회담이나 국경부대회담 등의 채널을 통해 사태를 적절히 처리하고 국경 지역의 평화를 공동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도 대화를 통해 국경 지역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이번 사태를 공정하게 처리하고 지금까지 달성한 합의에 따라 국경의 평화를 수호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 국제사회 자제 요청…모디 총리 "인도군 죽음 헛되지 않을 것"
국제사회는 양측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은 중국과 인도 모두에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라"고 촉구했다.
에리 가네코 유엔 부대변인은 실질통제선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충돌이 일어난 데 대해 "우려한다"면서 "양국이 상황을 진정시키고자 협의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도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기대했다.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양국이 모두 (상황을) 진정시키길 원한다고 밝혔다"면서 "미국은 상황 해결을 위한 평화적 해법을 지원할 것이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남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쿠겔먼은 양국이 이번 충돌을 계기로 전쟁으로 나아가진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 모두 갈등을 감당할 형편이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쿠겔먼은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충돌이 있었는데 양국이 마법처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믿긴 어렵다"면서 "이번 사태가 이른 시일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우리 군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는 평화를 원하지만, 도발이 발생하면 이에 보복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ykim@yna.co.kr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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