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글로벌 기업을 잡아라"…동남아 국가들, 외자 유치 경쟁
인도도 가세…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절차 간소화 등 내세워
'포스트 코로나19' 경제 회생 위해 외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서
(동남·남아시아 종합=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경제 강국들이 과도한 중국 제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동남아시아 각국과 인도가 탈중국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억제한 동남아 국가들이 '생산 안정성'을 내세우며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행정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에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돌파구로 외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과 소식통에 따르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의 움직임이 빠르다.
최근 60일 이상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 극대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또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라는 호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누적 투자 1위 국가인 한국을 '포스트 코로나19' 경제협력 1순위로 선택, 오는 30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200명가량을 초청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상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63개 직할시와 지방성의 최고위급 인사를 포함해 약 400명이 참석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투자 여건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태국도 최근 20일 이상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성과를 바탕으로 외자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솜킷 자투스리피탁 경제부총리는 최근 투자청(BOI)에 "중국 내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는 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새롭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태국은 또 원활한 물류를 가능하게 하는 항만과 첨단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면서 동남아 중심부라는 지리적인 이점 등을 내세운다.
이런 가운데 태국 정부가 의료기기 분야의 해외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탈중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자바섬 중부 해안가 브레베(Brebes)에 축구장 5천여 개에 해당하는 4천㏊ 규모의 산업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장관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나오려는 미국기업에 산업용지를 제공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며 "약 20개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옴니버스 법안'이 우선 처리돼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필리핀도 최근 전국 12곳을 경제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강구하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인다.
지난 10일 코로나19 퇴치 성공을 공식 선언한 라오스는 농업 분야에 투자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투자계획부에서 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시작했다.
남아시아에서는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가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인도 연방정부는 최근 미국 기업 1천여 개를 비롯해 한국, 일본 등의 기업을 잇달아 접촉, 투자 유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디지털 거래세 폐지를 검토 중이다.
인도로 이전하는 기업들을 위해 룩셈부르크 면적의 2배에 달하는 46만㏊를 제공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각종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방콕 김남권, 하노이 민영규, 뉴델리 김영현, 자카르타 성혜미 특파원)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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