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기 반대' 트럼프에 체육계 최대우군 나스카·NFL 등돌려
트럼프 수구성향 동조하다 돌연 시위 허용·남부기 금지
차별반대 여론에 끝내 동참…"트럼프 갈등조장 전략에 차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체육계 최대 우군들을 잃었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와 미국프로풋볼(NFL)이 그 주인공들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대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나스카, NFL은 인종차별 반대 입장을 표명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선수들의 인종차별 항의를 더 일찍 경청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며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롭게 시위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NFL에서는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제창 때 한쪽 무릎을 꿇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두고 2016년부터 논란이 지속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앨라배마주 유세에서 "저 개자식을 경기장에서 끌어내라"며 시위에 동참하는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할 것을 NFL 구단주들에게 압박했다.
NFL 사무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무릎꿇기 시위를 이듬해 금지했다.
나스카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멀어져갔다.
스티브 펠프스 나스카 총재는 인종주의를 바로잡는 데 스포츠가 더 잘해야 한다며 모든 대회에서 남부연합기를 금지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기간에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군이 사용한 깃발이다.
일부 백인들에게는 남부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자존심으로 통하지만 흑인이나 민권운동가들은 인종차별 상징물이라고 본다.
남부기 사용이 금지되기 몇 시간 전에는 나스카가 자랑하는 수준급 레이서인 부바 월리스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인종차별 반대 슬로건을 자동차에 새기고 트랙을 돌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NFL과 나스카가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하던 정치적 도구이자 분열을 조장하는 불쏘시개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보수적인 남부 지역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스카를 무척 아꼈고 나스카 팬들을 애국자로 추켜세웠다.
그는 국가제창 때 기립하는 나스카 팬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NFL의 무릎꿇기 시위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자동차경주대회 '데이토나 500'에서 전용 리무진으로 트랙을 돌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NFL과 나스카를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NFL과 나스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하는 데 우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나스카와 NFL이 트럼프 대통령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백인 경찰의 비무장 흑인 살해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여론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인종차별을 거대한 문제로 보고 시위를 정당한 대응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체육문화 칼럼니스트인 LZ 그랜더선은 "이번 변화(NFL과 나스카의 변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전략에 기세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랜더선은 "인종차별에 신경을 아예 안 쓰는 사람은 계속 그렇겠지만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를 그냥 싫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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