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기방역 실패 논란 속 검찰 조사받는 이탈리아 총리(종합)
12일 보건·내무장관과 함께 조사…콘테 "모든 사실 말할 것, 걱정 안한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피해와 관련해 정부 최고 책임자인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는다.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방검찰은 12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총리와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장관,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 등을 대상으로 정부의 방역 실패 경위를 조사한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콘테 총리 등은 모두 참고인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이들의 집무실이 있는 로마에서 이뤄진다.
검찰은 베르가모와 알차노, 넴브로 등 주변 지역에 대한 봉쇄 조처가 지연된 경위를 파악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된 지난 2월 21일 이후 정부가 베르가모 지역에 대한 이동 금지 명령을 주저하면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베르가모 지역이 '레드존'으로 지정돼 전면적인 이동 통제가 발효된 것은 3월 초다.
검찰은 최근 아틸라오 폰타나 롬바르디아주 주지사와 줄리오 갈레라 주 보건장관을 불러 조사했으며, 이들은 특정 지역에 대한 봉쇄 조처가 중앙정부 소관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갈레라 장관은 2월 중순부터 베르가모 지역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했으나 중앙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테 총리는 이와 관련해 10일 밤 취재진에 "양심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말할 것"이라며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조사라도 환영한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우리는 대답할 권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중앙정부가 초기 방역에 미온적이었다는 갈레라 장관의 진술에 대해선 "롬바르디아가 원했다면 알차노와 넴브로 등을 레드존으로 지정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베르가모는 롬바르디아에서도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다.
전날 집계된 롬바르디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이탈리아 전체(23만5천763명)의 38.5%인 9만680명이다. 이 가운데 베르가모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만 1만3천671명에 이른다.
우리로 치면 시·군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단위인 프로빈차(Provincia)를 기준으로 밀라노(2만3천510명), 브레시아(1만5천106명), 토리노(1만5천722명) 등에 이어 전국에서 네번째로 많다.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통계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최소 5천명 이상이고 치명률도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신문 10여개 면이 부고로 채워지는가 하면 화장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군용 트럭이 수많은 시신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사진이 전 세계에 보도돼 충격을 줬다.
한편, 베르가모 지역의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은 10일 단체로 코로나19 인명피해가 커진 경위를 조사해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소장을 낸 50여 유족은 피고소인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베르가모 지역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와 수년 간에 걸친 보건의료 예산 삭감 등 정부 책임을 거론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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