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다시 술 팔자 살인 급증…외상환자가 코로나19 병상 잠식(종합)
국회, 성폭행 등 '20년 공소시효 종식' 수정법 통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달 1일부터 주류 판매 재개 등 봉쇄령을 추가로 완화한 가운데 살인 사건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현지매체 EWN 등에 따르면 베헤키 첼레 남아공 경찰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봉쇄령 제3단계 하향조정에 따라 3∼5월 소강상태이던 살인사건 발생률이 급증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남아공은 지난 3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군경까지 동원한 강력한 록다운을 실시하면서 주류 판매 등을 금지했다.
첼레 장관은 알코올 판매가 대체로 범죄 증가에 원인 제공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술이 다시 팔린 6월 1일 월요일에 록다운 이후 처음으로 40건의 살인 사건이 접수됐다"면서 "그 다음날은 (살인사건이) 51건이고 지난 일요일은 69건"이라고 말했다.
이전 달들에는 하루 평균 20∼3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집계했다.
살인미수, 여성에 대한 학대 및 폭력사건도 최근 증가 추세라고 첼레 장관은 언급했다.
9주간에 걸친 주류 판금이 끝나면서 외상 환자들도 급증해 이들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필요한 병상까지 잠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술을 못 팔게 하는 동안 2만5천개 주류판매점과 6만5천개 바와 식당이 큰 타격을 입었어도 이 기간 남아공 '초과 사망률'은 급감했다. 이 때문에 남아공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범유행)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이전보다 더 늘기보다는 더 줄어든,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정도였다.
남아공은 만연한 폭음 문제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1인당 최다 알코올 소비 20대 국가에 상습적으로 올라간다. 남아공 음주자는 전체 성인의 3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그중 59%가 특히 주말에 문제 음주자로 분류된다.
최근 술에 취한 채 도로를 걷다가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도 이전처럼 빈발하자 급기야 이스턴케이프주 주지사는 9일 자기 주에 금주령을 재부과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야간 통금도 풀린 가운데 지난 7일 밤에는 여섯 명이 소웨토에서 총격에 숨졌다.
범인 세 명이 주발라니 호스텔 근처 판잣집에서 권총과 소총을 이들에게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첼레 장관은 또 300명가량의 경찰관이 록다운 기간 대중에게서 압수한 술과 담배를 훔치다가 체포됐다고 말했다.
그는 압수품의 경우 경찰 창고에 들어가야 하는데 일부 밀수품이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담배업자들 단체인 공정거래독립담배연합은 이날 프리토리아 고등법원에서 3단계 봉쇄령 동안 담배판매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배는 봉쇄령 완화에도 계속 판매 금지 대상이다.
이런 가운데 남아공 국회는 9일 성폭행 등 중범죄에 대한 20년 공소시효를 끝내는 수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대상 범죄는 강간, 살인,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강도 등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후 20년이 지나도 이전과 달리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각 정당은 이 같은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이번 조치는 2년 전 헌법재판소가 오는 14일 전까지 24개월 내 수정법안을 만들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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